‘될성부른 떡잎’에 지분 투자한 한국금융지주와 미래에셋증권이 대박을 터트리게 됐다. 비상장 기업들의 IPO 주관사 역할에만 머물지 않고 ‘벤처캐피털(VC)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비상장 기업 지분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 덕분이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와 그 손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합쳐서 카카오뱅크 지분 31.77%를 갖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인 카카오(지분 31.78%) 다음으로 많다.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는 최대 21조 원까지 거론되고 있다. 자기자본 7조 원에 주당순자산비율(PBR) 3배를 적용한 경우다. 이렇게 되면 한국금융지주의 보유지분가치는 5조3370억 원으로 추산된다. 지분법상 이익은 약 7000억 원 이상 반영될 것으로 예상한다.
유안타증권 정태준 연구원은 “시중에 유동성이 많을수록 흥행에 유리한 기업공개(IPO) 시장의 성격에 기인하겠지만, 상장 시기와 무관하게 카카오뱅크의 기여 이익은 지속해서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김고은 연구원은 “ IPO 이후 자기자본 7조 원, PBR 3배를 가정하는 경우 지분가치는 5조3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며 “구주 매출하지 않더라도 지분율 하락으로 인한 지분법 처분익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금융지주계열 외에도 국민은행(9.35%), 넷마블(3.74%), 예스24(1.4%) 등이 카카오뱅크 주주들이다.
미래에셋증권도 ‘떡잎’이 효자가 됐다.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그랩과 중국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 디디추싱(Didi Chuxing)이 조만간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디디추싱’에 미래에셋캐피탈, 네이버 등과 공동으로 2800억 원을 투자했다. 미래에셋-네이버 아시아그로스펀드를 통해 1억5000만 달러 규모로 동남아 차량공유서비스 시장 1위 업체인 그랩에 투자했다. 디디추싱은 2019년 투자 유치 당시 기업가치가 620억 달러(약 69조 원)로 평가됐다. 비상장 기업 중 영상 플랫폼 틱톡(중국명 더우인) 운영사인 바이트댄스에 이어 몸값이 가장 비싸다. IPO 후 디디추싱 기업가치는 1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메리츠증권 김고은 연구원은 “ 이들 기업의 IPO 예상 기업가치는 2~3배 증가해 미래에셋증권은 대규모 투자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