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례' 안했다고 병사 징계 추진한 대대장, 아버지 불러 "제보 말라" 각서까지

입력 2021-06-1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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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 “육군 제21사단 예하 한 여단 대대장
부대 병사 징계 위해 엽기적인 행각…제보 통해 사실 확인"

(연합뉴스)

육군 한 부대의 대대장이 경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속 부대 병사의 징계를 추진하고, 병사의 아버지까지 부대로 불러 "외부에 제보하지 말라"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군 관련 인권단체 군인권센터(센터)는 16일 "육군 제21사단 예하 한 여단의 대대장이 소속 부대 병사 A 를 징계하기 위해 상식을 초월하는 엽기적인 행각을 벌였다"며 이러한 사실을 전했다.

군 인권센터에 따르면 A 병사는 지난 4월 24일 단체 이동 중 대대장을 만났는데 단체 이동 중에는 최선임자만 경례하면 되기 때문에 따로 대대장에게 경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건을 발단으로 대대장은 A 병사가 대상관 범죄를 저질렀다며 중대장을 호출해 징계를 요구하고, 징계위원회 회부를 위해 소속 부대 간부들에게 A 병사가 잘못한 것들을 모두 적어오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징계 사유로는 △소대장과 면담 중 맡은 보직이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한 점(간부 협박) △당직 근무 중 30분간 생활관에서 취침한 혐의(근무 태만) △점호 시간 이후 공중전화를 사용한 혐의(지시 불이행) △대대장에 대한 경례 미실시(상관 모욕) 등이 지적됐다.

아울러 군인권센터는 해당 대대장이 같은 달 26일 A 병사의 아버지를 부대로 호출해 A 병사가 대상관 범죄를 저질러 형사 처벌하려 한다며 윽박지르고, A 병사의 아버지가 선처를 바라자 이런 상황을 외부에 제보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쓸 것을 강요하면서 "이를 어기면 형사 처벌할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밝혔다.

이후 대대에 징계위원회가 구성됐으나 A 병사의 가족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출하면서 징계 절차는 여단으로 옮겨졌고, 징계 사유 중 경례 미실시와 상관 협박은 삭제됐다. 지난달 25일 열린 여단 징계위원회에서 A 병사는 당직 중 취침과 점호 시간 후 공중전화 사용 혐의가 인정돼 군기교육대 5일 처분을 받았다.

아울러 군인권센터는 그 뒤로도 대대장이 A 병사의 형이 국방 헬프콜에 이 사건과 관련한 도움을 요청한 사실을 알게 되자 소속 부대원을 모두 모아놓고 "국방 헬프콜에 전화해도 소용없다"고 압박했다고 설명했다.

또 A 병사가 징계 항고권을 행사하기 위해 항고이유서를 제출하자 행정보급관은 항고이유서 글자 수 제한이 없는데도 '글자 수가 많다', '200∼300자로 다시 써오라'며 항고장 수리를 거부했다고 한다. 항고장은 결국 군기교육대 입교 2일 전인 지난 14일에서야 접수됐다고 센터는 설명했다.

군인권센터는 "이 같은 사실을 제보를 통해 확인했다"며 "지휘관이 징계권을 남용·악용해 사실상 '원님 재판'이나 다름없는 무법한 상황을 만드는 행태는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해당 대대장과 항고권 방해 연루자의 직권남용에 대한 즉각적 수사와 엄중 처벌, A 병사의 항고권 보장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병사의 아버지를 부대 안으로 불러들여 강요와 협박을 일삼은 대대장의 행태에 대해서도 엄중히 조치하고, 대대장을 즉각 보직 해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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