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의 IMO 서한 발송에 "고유 권한" 강조
일본 후원금 관련해선 "이해상충 없을 것" 일축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31일 본지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방류에 관한 모든 과정과 의혹을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역설하면서 한국 정부가 일본과 양자 협의체를 추진하는 것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한국 정부가 국제해사기구(IMO)에 IAEA와의 협력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부분에 대해서는 오염수 문제가 IAEA의 고유 권한임을 강조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최근 한국 정부가 일본에 제안한 양자 협의체 구성안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협약을 별도로 체결하는 것은 양국에 달린 일이고, IAEA의 자체 검증과 양립 가능한 일”이라며 “세계 기준에 따라 협의체를 구성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일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5월 한국 외교부는 IAEA의 검증 과정과 별도로 추가 정보를 얻기 위해 일본 정부에 양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이후 일본 현지 언론들은 일본 정부가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최근 해양수산부가 IMO에 IAEA와의 협력 방안을 검토해 달라는 서한을 보낸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우리는 정부가 다른 국제기구와 대화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이건 정부의 권리”라면서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기구가 해당 문제에 확신이 있는지 없는지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IMO든 다른 기구든 우린 대화의 문을 열어놓는다. 하지만 IAEA의 활동은 우리 고유의 것”이라며 “물론 IMO는 우리와 그동안 많은 활동을 함께한 자매기구지만, 알다시피 IMO는 해양 자체에서 벌어지는 이슈를 다루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IMO와 IAEA가 하는 일과 그 권한은 다른 것”이라며 “우린 우리의 활동에 대해 확신이 있고, IAEA의 역할은 우리만의 독자적 활동”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IAEA는 언급한 대로 이번 일과 관련해 독자적 활동을 추진 중이다. 국제적인 조사단을 꾸려 일본 방류 과정을 검증한다는 방침이다. 검증은 방류 전과 방류 과정, 방류 이후 등 세 과정으로 나눠 진행될 예정이며 사실상 활동 자체는 방류를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검증팀은 한국이나 중국을 비롯해 여러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명성 있는 전문가들로 구성될 것이다. 이들은 물론 정부 소속이 아닌 중립적인 인물들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포괄적이고 합리적인 팀을 만들 것이고, 전 세계 과학자들을 포함해 단단한 팀을 꾸릴 예정”이라며 “모든 검증 과정이 올바르게 작용하도록 할 것이고, 환경에 어떠한 해도 끼치지 않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한국은 평화로운 핵에너지 활용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국가”라며 “이번 방류와 관련해서도 한국, 중국 정부와 꾸준히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또 “우린 한·중 양국 정부가 밝힌 입장에 대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를 위해 지정학적 요소, 사건 발생 위치, 모든 단계에서 발생할 영구적인 영향 등 여러 상황에 과학자와 전문가들이 개입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막대한 후원금이 IAEA의 지지를 끌어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이에 대해 그는 “IAEA의 독립적인 활동은 정부를 위해서도, 반해서도 일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173개국과 함께 하는 기구로, 특히 이번 활동은 이해관계에 따라 충돌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한다”고 답했다. 이어 “어떤 활동이든 후원금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그로시 사무총장은 별도로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한국 언론에 중요하게 할 말이 있다. 이번 사안이 한국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방류의 모든 과정을 검증할 것이고, 지금까지 보내준 모든 질문과 의혹에 대해서도 그렇게 할 것”이라며 “여러분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문을 열어 놓을 것이고, 어떤 요청도 환영한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