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의 리포트 쇼크로 이틀 연속 주가가 빠졌다. LG화학의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면 지분율이 낮아질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이 영향으로 LG화학은 26일과 27일 2거래일에만 시가총액 6조2800억 원이 증발했다.
일부 투자자 사이에선 LG화학에서 시작된 리스크가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업계는 이같은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501억4900만 원(18만7668주), 93억1800만 원(1만1759주)을 매도했다. 이날 LG화학은 전일 대비 3.49%(2만9000원) 빠진 80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인 26일에도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900억9600만 원(22만4722주), 1208억6500만 원(14만2323주)를 팔아치우며 LG화학 주가는 전일 대비 6.73%(6만 원) 하락한 83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CS가 내놓은 투자의견과 목표가 하락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민훈식 CS 연구원은 지난 25일(현지시간) 공개한 리포트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을 앞둔 시점에 투자자가 큰 폭의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모 회사를 살 이유가 없다”며 “(상장 이후) 지분율은 기존 100%에서 70%로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 연구원은 LG화학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매도로, 목표주가를 130만 원에서 68만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 리포트의 영향으로 배터리 대장주인 LG화학이 2거래일 연속 하락하자 증시에서는 동종 업계 기업인 삼성SDI 등에 영향이 미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삼성SDI는 장중 62만1000원까지 빠졌는데 장 마지막에 낙폭을 줄여 0.16%(1000원) 빠진 63만6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때문에 LG화학 개별 종목의 이슈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투데이 취재결과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했다고 특정 회사에서 일어난 일을 업계 전체로 확대 해석하는 건 기우다”고 말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이 지난해 12월 LG에너지솔루션과 물적분할을 완료했다”며 “올 하반기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한다면 LG화학에 적용될 전지사업 가치는 46조 원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전날 LG화학의 100%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ESS배터리 리콜을 결정했다. 리콜이 결정된 ESS배터리는 2017년 4월~2018년 9월까지 중국 난징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교체 및 추가 조치에 필요한 비용은 약 4000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SS배터리는 크고 작은 화재 사건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이투데이 취재결과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ESS 자체가 배터리, PCS 등이 다 들어가 있는 커다란 시설인데 불이 나는 이유는 배터리 밖에 없다”며 “LG화학이 자사 제품의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먼저 리콜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S는 LG에너지솔루션의 리콜 결정 역시 LG화학의 매도 의견 결정에 영향이 있다는 입장이다.
민 연구원은 “이 여파로 발생할 4000억 원 규모의 충당금이 2분기에 반영될 것”이라며 “이는 올해부터 2023년까지 배터리 부문의 이익률을 보수적으로 판단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의 1분기 영업이익 3410억 원을 웃도는 규모다.
배터리 사업이 주력인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 개선은 최근 LG화학 전체 실적을 높이기도 했다.
LG화학이 4월 공개한 실적 자료에 따르면, 1분기 LG에너지솔루션의 매출액은 4조254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조9930억 원(88.14%)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341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890억 원(555.76%) 성장했다.
LG화학의 1분기 매출액이 9조6500억 원, 영업이익이 1조4080억 원인 것을 놓고 볼 때, LG에너지솔루션이 전체 매출의 44.08%를, 영업이익의 24.21%를 차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2019년도 1분기 LG화학 전체 실적에서 차지한 비율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각각 8.0%, 4.44% 증가했다.
최근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역시 LG화학처럼 성장기조를 보이고 있다. 세계 각국의 친환경 정책과 전기차 판매 확대 등 배터리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SDI의 배터리 사업 매출은 1분기 2조3871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SDI의 전체 사업에서 80% 이상을 차지하는 비율이다.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매출액은 5263억 원으로 전년 대비 2375억 원(82.24%)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