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스 “인플레 미국 경제에 실질적 위험”
모건스탠리 “연준, 내년 초 금리 인상 나설 수도”
중국, 원자재 가격 급등에 골머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벗어나 경제가 이제 막 기지개를 켠 미국과 중국이 인플레이션 우려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악몽이 가계와 기업을 옥죄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차단에 성공하며 ‘나 홀로’ 플러스 성장을 거둔 중국도 물가 급등으로 경제회복에 이상 신호가 감지된다.
25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미국에서 중고차와 휘발유, 목재에서 식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품목의 가격이 치솟고 있다. 4월 목재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90% 가까이 뛰었고 중고차 가격은 전월 대비 10% 올라 한 달 기준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5월 초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달러 안팎으로 2014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았다. 주요 식품인 옥수수는 올 들어 50% 상승했다.
주택 가격 상승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3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전국주택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3.2% 올라 2005년 12월 이후 15년여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전월 12% 상승보다 오름폭이 컸고 10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데다가 매물이 1년 전 대비 약 30% 급감하면서 수급 불일치 심화로 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고삐 풀린 집값에 백악관까지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집값 상승이 감당할 만한 수준인지 우려가 크다”면서 “정부가 주택 가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십 년 만에 찾아온 물가 급등은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을 딛고 경제 활동 재개에 나선 가계와 기업을 압박한다. 지난 몇 년간 미국은 일본의 디플레이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우려했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정반대의 고민을 하게 된 셈이다.
래리 서머스 미국 전 재무장관은 “인플레이션이 미국 경제에 실질적 위험”이라며 경고장을 날렸다. 그는 24일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글에서 “인플레는 빈곤층에 특히 가혹하고 정부 불신을 초래한다”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기조 전환 필요성을 언급했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들썩이는 물가에 연준이 출구전략 계획표를 앞당길 것으로 예상했다. 연말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시작하고 내년 초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준은 2023년에나 금리 인상을 검토한다는 입장이었다.
연준의 조기 긴축 전환은 가계와 기업의 부채 부담을 가중시키고 증시에도 충격파가 될 수 있어 경제회복의 또 다른 걸림돌로 꼽힌다. 물가 급등을 막기 위해 꺼내든 금리 인상 카드가 경제에 독(毒)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도 같은 고민에 빠져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증시 벤치마크와 대도시 주택 판매, 철근 재고 등 8개 지표를 종합해 중국의 경기상황을 판단하는 종합경기지표는 5월에 5로 전월의 6에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이익이 감소하면서 기업이 보다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중국 경제회복이 강력한 모멘텀이 이달 들어 다소 둔화했다”고 분석했다.
스탠다드차타드가 500여 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5월 중국 중소기업 체감경기지수는 코로나1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던 지난달에서 하락했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급등에 이달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7~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최근 원자재 투기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선포하는 등 인플레이션 억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