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메타버스, 새로운 디지털 전쟁터

입력 2021-05-2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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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지산
지난 3월 로블록스(Roblox)가 주식 시장에 상장하면서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 공간(Meta)과 현실 세계(Universe)의 결합을 의미한다. 메타버스는 메신저, SNS, 동영상으로 이어져 온 주류 플랫폼의 역사를 이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용자 연령층, 가입자 수 증가 추이, 선순환 생태계 조성 등 차세대 플랫폼으로서 요건을 갖췄다. 메타버스에서 소모하는 시간이 다른 플랫폼보다 많다는 점에서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통상적으로 플랫폼은 생태계 구축→콘텐츠 고도화→수익화 모델 강화→플랫폼 카테고리 확장으로 이어지는 성장 과정을 거친다. 현재 메타버스는 초기인 생태계 구축 단계에 있다. 콘텐츠 고도화도 일부 진행되는 가운데, 사용자층이 확대되면 본격적인 수익화 모델 강화 단계로 넘어갈 것이다.

대표적인 메타버스 서비스인 로블록스와 제페토는 각각 로벅스, 잼이라는 경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리고 개발자가 돈을 벌 수 있는 ‘환전시스템’이 수익화 모델로서 유튜브처럼 사용자 생태계를 확고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용자는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과 관심 영역에 따라 1개 이상의 메타버스를 선택할 것이고, 각각의 메타버스가 제공하는 콘텐츠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메인 콘텐츠에 대한 사용자 충성도가 높고, 부가 콘텐츠가 VFX(시각적 특수효과) 기술을 활용한 실감형 쌍방향 콘텐츠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 사용자 자물쇠 효과(Lock-in effect)가 다른 플랫폼보다 우월할 것이다.

게임과 SNS가 메인 콘텐츠가 되고, 엔터테인먼트, 트레이닝, 교육 등이 핵심 부가 콘텐츠로 결합해 생태계 구축의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한다.

콘텐츠의 형태로는 가수, 배우처럼 메인 캐릭터 역할로 창조되는 버추얼 휴먼 콘텐츠,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MR(혼합현실) 등과 결합돼 디지털로 재창조된 콘텐츠 등이 제공될 것이다.

미국에서 메타버스 산업은 빅 테크(Big Tech) 기업들의 ‘데이터 확보’ 전쟁의 일환으로 준비됐다. 빅 테크 기업들은 모든 현상을 데이터화하여 이해한 후, 사회의 비효율적인 부분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미래를 그리고 있다. 데이터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며, 메타버스는 ‘데이터 광산’이라 할 수 있다. 메타버스 시대를 가장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고, 절실한 기업은 페이스북이다. 최근 애플과 구글의 개인정보보호 강화로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VR 헤드셋 업체인 오큘러스를 인수했고, VR 소셜 미디어의 최종 목적지에 해당하는 ‘호라이즌’을 공개했다.

중국 메타버스의 꿈은 텐센트의 성장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플랫폼과 콘텐츠 핵심 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고, 자본과 트래픽의 선순환 구조 아래에서 메타버스가 더욱 성숙해질 전망이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AR, VR, MR 등 확장현실(XR) 기술이 기반이 된다. 현재는 주로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용도로 사용되는 VR 헤드셋이 전체 XR 기기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XR 기기 시장에서도 역시 애플의 시장 참여가 기폭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애플은 내년에 VR 헤드셋을 출시하고, 2023년에 AR 글라스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VR 헤드셋은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퀘스트 2가 가장 앞서 있고, HTC의 바이브 포커스 플러스 등이 따라가는 양상이다. 전작 대비 향상된 컴퓨팅 성능과 디스플레이, 가벼운 무게, 합리적인 가격 등을 내세우며 대중화를 시도하고 있다. AR 글라스는 최근 출시된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 2가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 12 프로 시리즈부터 ToF(비행시간) 3D 센싱 모듈을 채용하면서 새로운 차원의 증강현실을 구현하게 됐다.

디스플레이는 어지러움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해상도를 높이고, 응답 속도를 빠르게 하는 마이크로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이 가속화될 것이다.

메타버스 시대의 도래는 한국의 IT 하드웨어, 인터넷, 콘텐츠 산업에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디스플레이, 카메라 등 하드웨어의 경쟁력이 부각될 것이고, 유통 데이터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반도체 수요를 수반한다. 플랫폼 분야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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