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도전과 과제] ‘지역갈등’에 공든 반도체 탑 무너질라

입력 2021-05-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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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 공장, 송전선로 문제 해결에만 5년
SK하이닉스 LNG 발전소 건설에 일부 지역단체 반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위한 관(官)의 지원 사격 큰 도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정부가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종합 지원책인 ‘K반도체 전략’을 13일 발표했지만, 결국 기업이 아니라 관이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과제로 남았다. 반도체 인센티브와 세제혜택 외에도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지역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하는 탓이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은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송전선로(서안성~고덕 간 24㎞)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5년이 걸렸다. ‘고압선으로 건강권과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라는 지역 주민의 반발로 사업이 중단된 탓이다.

문제는 총 23.9㎞ 가운데 산간지역 1.5㎞ 구간이었다. 산간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건강을 위협한다면서 1.5㎞ 구간의 지중화를 요구했다. 결국, 삼성전자와 한전은 이 구간에 송전탑 가공선로를 설치했다가 2년 후 해당 구간에 터널을 뚫어 송전탑을 철거하고 지중화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도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 이천과 충북 청주에 LNG(액화천연가스) 열병합발전소를 지을 예정이나 일부 지역단체 및 환경단체의 반발에 부딪혔다. 청주에만 1조7000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투자다.

업계 일각에서는 건강과 환경을 우려한 지역사회의 주장을 이해한다면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반도체 클러스터를 유치할 때에는 지자체 단체장과 시의회, 시민연대가 직접 대대적으로 나서 결의문 및 건의문 채택, 서명운동을 벌였으면서 반도체 생산시설에 필요한 발전소 건립을 반대하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핌피(PIMFY·Please in my front yard)와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 현상이 겹쳐 나타났다는 해석이다.

전력은 반도체 공장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24시간 가동하는 반도체 공장은 전력 공급이 잠깐이라도 끊기면 막대한 손실을 본다. 몇 시간의 정전으로 수백억 원 규모의 피해 금액이 발생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지역의 정전으로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가동이 중단된 것과 관련해 3000억∼4000억 원의 피해액이 발생했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전경 (사진제공=SK하이닉스)

물 문제를 둘러싼 갈등도 반도체 생태계 조성의 걸림돌이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용인을 반도체클러스터 부지로 낙점한 뒤에도, 이곳에서 공업용수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다 최근에 해결됐다.

하루 26만 톤의 공업용수를 팔당 저수지에서 하남을 거쳐 용인으로 끌어오려 했지만, 하남시 반발에 부딪혔다. 안성시는 이 공장에서 나오는 방류수가 지나는 것을 반대했다. 갈등 끝에 용수는 여주보에서 가져오고 방류수는 원안대로 안성천으로 내보내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에 K-반도체 전략을 발표하면서 이 같은 문제 해결책도 함께 담았다. 안정적인 용수 공급을 위해 용인·평택 등 반도체 단지의 10년 치 용수 물량을 확보하고, 인허가도 이른 시일 내에 내주기로 했다. 또 정부와 한국전력은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특화단지 송전선로 설치비용의 최대 50%를 부담하기로 했다.

경영계는 정부의 반도체 산업 강화 전략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민관이 ‘동반자’로서 공동 대응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긍정 평가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송전탑과 발전소, 물 이슈 건 등은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빨리 추진될 수 있도록 분위기 조성만 도와주더라도 기업으로서는 큰 힘이 된다”라며 “이번처럼 민관이 동반자로서 함께 가야 글로벌 반도체 산업계에 일고 있는 큰 파고를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센티브와 세액공제, 인력 양성 같은 지원책도 좋지만, 손톱 밑 가시 뽑기처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지연시키는 지역 현안을 해결하려는 관의 적극적인 노력도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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