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종합 지원책인 ‘K반도체 전략’을 발표했다. 정부의 지원에 화답하고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은 10년간 510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나라 한 해 예산(올해 기준 558조 원)에 버금가는 막대한 규모다.
이제 공은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K반도체 육성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다음 정부에서도 이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설투자 결정에서 실제 제품 양산까지 최소 5~10년의 장시간이 필요한 반도체 산업 특성상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반짝 지원에 그치지 않고 일관성 있는 정책 지원을 위해선 ‘반도체특별법’ 법제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정부는 국회, 관계부처와 협의해 반도체 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여당이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임명하는 등 특별법 제정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좀 더 빠른 속도가 필요하다.
그동안 국내에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우리나라의 독주, 중국의 추격 정도로 인식돼 오며 자화자찬에 빠졌었다. 최근 열린 반도체산업 강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한 반도체칩 설계기업 대표는 “과거 10년간 정부의 반도체 인력 양성은 일관성이 부족했다. 메모리사업만을 보고 반도체 산업을 저절로 잘 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민낯을 보게 됐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2020년대 국가들은 미사일이 아닌 칩으로 싸우는 시대를 맞았다. 반도체는 ‘산업의 쌀’을 넘어 ‘안보문제’로 번졌다.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대만 등이 강력한 인센티브 정책을 펼치며 공격적으로 반도체 전쟁에 참전하는 배경이다.
한국공학한림원 권오경 회장은 “한국 반도체 산업은 현재 상황이 매우 어렵다. 월등한 격차로 앞서갈 것인가 추격당할 것인가의 갈림길에 있다”라고 진단했다. 추격전의 핵심은 속도다. 강력한 인센티브와 세제 혜택을 뒷받침하기 위해 조속한 실질적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