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시장, 인플레 공포 더 커졌다...CPI 상승률 13년 만에 최고

입력 2021-05-13 14:46수정 2021-05-1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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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 3대 지수 인플레이션 공포에 2% 안팎 급락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1.68%로 치솟아
연준 부의장 "물가 상승에 놀랐다, 행동 주저하지 않을 것"

▲미국증시 3대 지수 이번주 등락률 추이. 단위 %. 위에서부터 다우(-3.4%)/S&P500(-3.9%)/나스닥(-5.2%).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플레이션 공포가 시장을 덮쳤다. 미국의 4월 물가상승률이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미국증시가 일제히 급락하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급등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비둘기파’ 기조를 접고 조기 긴축전환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인플레 공포에 주저앉았다.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2.7% 빠지면서 1개월 반 만에 최저치로 내렸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풍부한 유동성 수혜를 누렸던 기술주가 인플레이션 공포에 가장 휘청거렸다. 개미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등이 2% 넘게 하락했고 테슬라도 4.42% 폭락했다. 매도세가 금융업과 제조업 등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다우와 S&P500도 1.99%, 2.14% 각각 하락했다.

예상보다 가파른 인플레이션이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미국 노동부는 이날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3.6%)를 뛰어넘은 것은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9월(4.9%)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격 변동폭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보다 0.9% 상승해 1982년 4월 이후 39년 만에 최대 폭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전년 물가상승률이 바닥을 긴 데 대한 기저효과에 시장은 어느 정도 상승할 것을 예상했지만, 4% 이상 전망은 전무했다. 특히 식품, 에너지, 의류, 자동차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가격이 올랐다. 에너지 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25% 폭등했고 중고차와 트럭이 21%, 주택도 2.1% 각각 뛰었다. 숙박, 항공료, 외식 등 코로나19 봉쇄 직격탄을 맞았던 업종에서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백신 접종 속도전으로 경제활동 재개가 본격화한 데다가 정부의 막대한 경기부양책으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사람들이 광폭 소비에 나선 영향이다. 여기에 반도체와 목재 등 원자재 공급 대란까지 겹치면서 물가 상승을 부채질했다.

예상을 훌쩍 넘어선 물가상승이 내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6bp(bp=0.01%포인트) 뛴 1.68%로 치솟았다. 향후 10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연율 2.56%로 전날보다 3bp 상승해 약 8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깜짝’ 물가 상승에 시장이 동요하자 전날만 해도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나설 때가 아니라고 시장을 달랬던 연준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은 “CPI 상승에 놀랐다”며 “필요하다면 인플레 억제를 위한 행동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준의 조기 등판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독일 알리안츠의 무하마드 에라리안 수석 이코노믹 어드바이저는 “연준이 물가에 대한 기존의 평가를 계속 고집하면 정책 실패와 시장 동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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