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농지 강탈사건' 피해 유족, 국가 상대 518억 손배소 최종 승소

입력 2021-04-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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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간 지연 이자만 600억 원 육박

(뉴시스)

1960년대 구로공단 조성 과정에서 농지를 빼앗기고 누명을 썼던 농민의 유족들이 국가로부터 518억여 원을 배상받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구로농지 강탈사건' 피해 농민 6명의 유족 50여 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구로농지 강탈사건’은 1960년대 구로공단 건설을 이유로 정부에 구로동 일대 농민들이 농지를 강탈당한 사건이다.

당시 농민들이 민사소송을 제기해 2심까지 승소하자 정부는 소송에 나선 이들을 위증 등 혐의로 수사하며 체포해 권리를 포기시켰다. 당시 기소된 인원 중 26명에 대한 유죄판결이 선고돼 확정됐다.

정부는 패소한 민사소송에 대해서도 재심을 청구했다.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멈췄던 재판은 1984년 재개됐고, 서울고법은 1989년 관련자들의 위증 유죄 확정판결 등을 근거로 정부의 재심청구를 받아들여 농민들의 승소를 취소하는 판결을 했다. 대법원은 1990년 이를 확정했다.

2008년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구로농지 강탈사건의 진실 규명 결정을 내렸다. 피해 농민들은 2011년 형사소송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피해 농민 중 A 씨 등 6명의 유족은 2013년 분배농지 시가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이들은 국가의 불법행위로 수분배권을 상실하는 손해가 발생하는 등 총 518억여 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1심은 “국가의 불법행위로 원고들이 각 분배농지의 수분배권을 상실하게 됐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A 씨 등이 1968년 제기했던 민사소송이 1973년 대법원 판결로 패소 확정된 점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당시 판결에서 A 씨 등이 적법한 수분배자가 아닌 것으로 판정돼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유하지 못한다는 판단에 기판력이 발생했고, 재심으로 효력이 소멸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반면 2심은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해 수분배권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게 됐다고 봐야 한다”며 “국가배상법에 따라 소속 공무원들이 직무집행과 관련해 행한 불법행위로 말미암아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 씨 등의 유족이 청구한 518억여 원과 1999년부터의 지연 이자를 국가가 지급하도록 했다. 22년간의 소송기간을 고려하면 지연이자는 약 6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도 “(1973년) 민사확정판결의 기판력이 미치는 법률관계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존부에 한정된다”며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수분배권 존부에는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부적절한 부분이 있기는 하나 A 씨 등이 보유하던 각 분배토지에 관한 수분배권을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해 상실하게 됐다고 본 결론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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