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지금까지 첫사랑"…피아노 앞에 선 정명훈

입력 2021-04-2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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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든·베토벤·브람스 담은 새 앨범…"와이프 위한 슈만 '판타지' 계획"

▲지휘자 정명훈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피아노 앨범 '하이든·베토벤·브람스 후기 피아노 작품집' 발매 및 공연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앨범 수록곡을 연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전엔 두 가지를 사랑했어요. 피아노와 초콜릿. 이젠 우리 가족과 피아노를 사랑해요. 피아니스트 활동 안 한 지 30년이 넘지만, 피아노는 제 첫사랑입니다."

피아니스트 정명훈이 2014년 한국에서의 피아노 리사이틀 이후 6년 4개월 만에 피아노 앞에 섰다. 23일 대구콘서트하우스, 24일 경기 군포문화예술회관, 27일 경기 수원시 경기아트센터, 28·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다섯 차례의 무대를 연다.

정명훈 앞엔 피아니스트보다 지휘자라는 수식어가 더 익숙하다. 하지만 그에게 피아노는 언제나 '사랑'이었다.

22일 서초동 코스모스홀에서 정명훈의 '하이든·베토벤·브람스 후기 피아노 작품집' 디지털 앨범 발매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정명훈은 이날 피아노에 대해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죽을 때까지 사랑"이라고 말했다.

정명훈은 "사람은 사랑을 표현할 기회를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살 수 없다"며 "그래서 피아노로 다시 돌아왔다"고 말했다.

정명훈은 1974년 한국인 최초로 차이콥스키 콩쿠르 피아노 부문 2위에 오르며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첫 피아노 앨범과 리사이틀은 콩쿠르 이후 40여 년이 지난 2013년과 2014년이 되어서야 이뤄졌다. 피아노를 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피아니스트 정명훈'의 모습을 볼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는 '피아니스트'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도 극구 사양했다. 그는 "저는 스스로 피아니스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잘하는 피아니스트들이 많아서 창피한 일이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리사이틀 제안도 처음엔 거부했다는 그다. 정명훈은 "진짜 피아니스트들이나 하는 것"이라면서도 "피아니스트로서 무언가를 보여드리려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사랑했고 아직 깊이 사랑하는 악기를 통해 보여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음악을 통해 삶의 여러 단면을 표현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열망'이 그를 피아노 앞으로 이끌었다. 그는 하이든 피아노 소나타 60번,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번 그리고 브람스 4개의 소품(작품번호 119) 등 총 세곡을 앨범에 담았다. 세 작곡가의 인생 말년에 완성된 피아노곡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정명훈은 "음악은 출생에서 사망 그리고 그 이후라는 삶의 모든 단계가 담긴 삶의 표현 그 자체"라며 "유년에 접한 음악과 말년에 접한 음악은 완전히 다른 경험으로 다가온다. 특히 위대한 작곡가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이지 않나"라고 했다.

올해로 68세를 맞은 정명훈은 인생의 여러 스테이지를 거쳐 완성된 자신의 예술혼을 소중히 여기고 있었다. 정명훈은 "나는 나이가 든 걸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라며 "절대 다시 뒤로 돌아보고 싶지 않고, 1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정명훈에게 이제 피아노 브랜드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피아노 의자가 더 중요한 나이가 됐다"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이어 "손가락이 원하는 대로 돌아가진 않지만, 예전에 안 보였던 게 보이고 느끼지 못한 걸 더 많이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피아노 앞에 서게 될 또 한 번의 기회를 기약했다. 앨범 주제는 슈만의 '판타지'다.

정명훈은 한참을 주저하다 "와이프가 특별히 좋아하는 곡"이라며 "와이프를 위해 하나 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이내 "큰일 났다. 미리 말했는데 안 하면 안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말을 마치자마자 정명훈은 슈만의 환상곡 C장조를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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