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취업자 수가 1년 동안의 감소세에서 13개월 만에 증가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작년 3월부터 고용이 큰 폭 줄어든 데 따른 기저(基底)효과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정부의 재정투입 일자리사업의 영향이 작용했다.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서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92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31만4000명 늘었다. 취업자 증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이다. 작년 3월(-19만5000명)부터 올해 2월(-47만3000명)까지 12개월 연속 줄었다.
연령별 취업자는 노인일자리 사업 대상인 60세 이상(40만8000명)이 가장 많이 늘었고, 20대(13만 명), 50대(1만3000명)도 증가했다. 하지만 경제활동 중추인 30대(-17만 명)와 40대(-8만5000명)는 줄었다. 산업별로도 세금일자리의 증가가 뚜렷했다.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17만1000명),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9만4000명)에서 많이 늘었다. 반면 코로나 피해가 큰 도·소매업(-7만1000명), 숙박·음식점업(-2만8000명)의 감소는 여전하다. 질좋은 제조업도 전년보다 1만1000명 줄었다. 제조업 일자리는 작년 1월 반짝 늘어난 것 말고, 2018년 4월부터 한번도 플러스를 보인 적이 없다.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성과 산업 경쟁력의 위기를 뜻한다.
취업자 수 증가에서 기저효과나 세금 일자리를 배제하면, 여전히 고용개선과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3월 실업자가 121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6000명 늘었다. 2018년 이후 동월 기준으로 3년 만에 가장 많고, 실업률은 4.3%로 전년 대비 0.1%포인트 높아졌다.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고용보조지표3은 14.3%, 청년층 지표는 25.4%로 여전히 최악의 고용난이다.
업종이나 연령대별 취업자 지표도 고용시장이 나아지지 않고 있음을 드러낸다. 제조업 일자리, 경제활동 주력 연령대 등의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수치로 드러나는 취업자 수는 증가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지표가 좋아진다 해도 지난해의 감소세에 이은 기저효과나 세금일자리로 인한 착시(錯視)로 봐야 한다. 실질적인 고용개선과 거리가 멀다.
고용시장의 최대 변수는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집단면역인데, 지금 우리 상황은 답답하기 짝이 없다. 백신 확보가 늦어졌고, 언제 모든 국민에게 백신 접종이 이뤄질지 전혀 가늠되지 않는다. 경제활동의 정상화가 이뤄져야 가능한 고용시장 회복 전망 또한 안갯속이다. 정부가 세금 쏟아부어 만드는 관제(官制) 일자리로는 계속 버티기 어렵다. 정부는 보다 심각하게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 괜찮은 일자리가 왜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지부터 고민하면 해법이 나온다. 그걸 외면하고 있는 게 최대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