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동산시장 양극화’ 집값 상승률 15년래 최고 vs. 사무실 수요 감소

입력 2021-03-3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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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격지수, 1월 11.2% 상승
코로나19에 재택근무 늘면서 주택 수요도 증가
사무실은 인기 시들...주요 기업들 전대 나서
지난해 말 전대로 나온 사무실 공간 2003년 이후 최대

▲지난해 10월 6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 주 웨스트우드의 한 주택 앞에 매매 공고가 붙어 있다. 웨스트우드/AP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에 미국의 주택과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엇갈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택 가격은 수요 급증에 고공행진이지만, 사무실 수요는 재택근무 확산에 급감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발표된 1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전국, 연율)는 전년 동월 대비 11.2% 상승했다. 이는 2006년 2월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해당 지수는 미국 주요 대도시 주택 가격을 종합한 수치로, 20개 주요 도시 가격지수 역시 같은 기간 11.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피닉스가 15.8%로 가장 높은 상승 폭을 보였고, 시애틀이 14.3%로 뒤를 이었다.

이와 별개로 연방주택금융청(FHFA)이 집계한 주택가격지수 역시 1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1991년 이후 최고치다.

샌디에이고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집들이 날아다니고 있다”며 “구매자가 이사할 준비가 돼 있어도 재고가 없어 집을 구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주택 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또 저금리 기조에 기존 주택 소유자들이 리파이낸싱(재융자)을 하고 이사 대신 잔류를 택하면서 공급이 줄었다고 WSJ는 분석했다. 여기에 수백만 명의 밀레니얼 세대가 주택 구매 주류인 30대로 접어들고 있는 점도 가격 상승 원인으로 꼽힌다.

퍼스트아메리칸파이낸셜의 오데타 쿠쉬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시장은 단순한 셀러가 아닌 ‘슈퍼셀러(판매자가 갑인 상황)’ 시장이 될 수 있다”며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금방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내 전체 사무실 가운데 전대 가능한 면적 비율 추이. 지난해 4분기 3.4%.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주택 시장이 호황인 데 반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주춤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새로운 근무 환경이 되면서 사무실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미국 대기업들은 최근 잇따라 사무실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보통 10년 이상의 계약을 하는 만큼 세입자 신분으로 다른 세입자를 찾는 ‘전대(빌린 것을 다시 빌려주는 거래)’가 유일한 대안이다. 2017년 샌프란시스코 역사상 가장 큰 사무실을 임대한 것으로 유명했던 드롭박스는 최근 자신이 임대했던 비용보다 할인된 가격에 사무실 상당 부분을 전대했다. JP모건체이스는 올해 뉴욕 맨해튼에 있는 약 6만5032㎡ 면적의 사무실을 시장에 내놓았고, 세일즈포스와 우버, 웰스파고 등도 전대를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대로 나온 사무실 공간은 1억3700만 평방피트(약 12.7㎢)로, 전년 대비 40% 급증했다. 2003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또 지난 1년간 사무실 임대료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서 17%, 전국적으로는 13%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본사를 전대한 헬스케어 업체 아미타헬스의 토르 토르다손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임직원들을 조사한 결과 많은 사람이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회사 입장에서 물리적 공간이 덜 필요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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