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신남방 좌초 위기] 미얀마 법인 개점 두 달…영업은커녕 안전 최우선

입력 2021-03-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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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버팀목 동남아, 올 영업 목표 논하지도 못해
쿠데타로 미얀마 10% 역성장 전망…자금 회수 고작

▲KB국민은행이 1월 27일 미얀마 양곤에서 개최한 미얀마 현지법인 개점식 모습. 5일 뒤인 2월 1일 군부 쿠데타가 발생해 국민은행은 현재 신규 영업활동을 거의 중단한 상황이다. 사진제공 KB국민은행
시중은행의 해외 사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한 차례 제동이 걸린 이후 또 다시 미얀마 군부 쿠데타 사태로 발목이 잡혔다. 미얀마 시장에 진출한 초기라 실적에 실질적인 타격은 크지 않지만,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인 미얀마에서의 사업 기회가 제한돼 장기적으로 기회손실비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해 해외법인 순이익은 5755억 원으로 전년 대비 31.4%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국민은행 902억 원 △신한은행 2341억 원 △하나은행 1437억 원 △우리은행 1075억 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했던 유럽 등 지역의 실적이 부진했지만, 캄보디아 등 일부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이익이 개선되면서 감염병 위기에도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위기를 상대적으로 잘 헤쳐나간 것으로 보이던 시중은행은 미얀마 군부 쿠데타라는 암초를 만났다. 신(新)남방 정책의 중심지이자, 빠른 경제성장이 기대되는 곳인 미얀마에 올해 초 앞다투어 진출했다. 그러나 쿠데타로 인해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불가능해지며 시중은행은 당초 기대했던 영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물론 미얀마 진출 초기 단계라 사업 목표치는 보수적으로 설정됐지만, 이마저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미얀마는 최근 3년 평균 경제성장률이 약 6.2%로, 지난해 말에는 시장 개방과 인프라 발전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향후 10년간 6~7%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쿠데타의 장기화로 세계은행은 미얀마의 경제가 10%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은행 관계자는 “사실 영업목표를 논하기엔 직원들의 안전이 더 우선인 상황”이라며 “현재 미얀마 사업은 사업 확장이 아니라 연체율을 관리하는 수준에서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은행들은 시위가 가장 격화된 지역인 네피도와 양곤에선 영업을 중단했으며, 다른 지역에선 필수인력 외 재택근무 등의 조치를 취하며 최소로 영업 활동을 진행 중이다.

국민은행은 신규 영업활동을 거의 중단된 만큼 미얀마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신한은행 역시 미얀마 지역에 대한 유동성과 차입 관련 만기연장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우리은행은 역시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최소한의 업무유지를 위해 일부 인원만 근무 중이다.

NH농협은행 미얀마 MFI법인 또한 일부 재택근무 및 야간 당직을 통해 24시간 보안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양곤지역 외 점포는 현재 신규대출은 잠정 중단하고 원리금 수금 수준에서 영업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신규 대출은 하지 않는 대신 연체율 등 부실이 생기지 않도록 자금 회수정도만 진행 중”이라며 “신사업 확대 대신 직원과 재산의 안전이 최우선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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