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라고 안 답답하겠냐”…주주 토로에 공감
“SK텔레콤(SKT) 기업가치가 25조 원, SK하이닉스 기업가치가 100조 원이다. 여타 자회사를 합해 총 140조 원이 돌아가는데 저희 주주들의 주가 상승으로 연결이 안 된다. 현재 비즈니스모델(BM)을 인정받을 수 있게 바꿔보자는 게 ‘지배구조 개편’이다. 준비는 다 했다.”
박정호 SKT 사장이 25일 을지로 본사 T타워에서 열린 제3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는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박 사장은 “구체적인 내용은 지금 밝히기 어렵지만 지배구조 개편은 준비를 거의 다했고 주총이 아닌 다른 시기에 말씀드리겠다”며 “곧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SKT 주총은 전년도처럼 주요 경영진들의 프레젠테이션(PT)과 주주들의 질의응답으로 채워졌다. PT에는 박정호 사장과 유영상 MNO사업대표, 최진환 미디어사업부장, 박진효 S&C사업부장, 이상호 커머스사업부장, 이종호 티맵모빌리티대표 등이 나섰다.
이들은 5G 및 뉴(New) ICT 사업 성과와 경영 비전을 주주들에게 설명했다. 또, 지난해 대기업 최초로 온라인 주주총회 중계를 선보인데 이어 올해도 현장 진행과 실시간 중계를 병행했다. 질의응답을 포함한 주총은 한 시간 반 만에 걸쳐 진행됐다.
질의응답에서 990주를 갖고 있다고 밝힌 유 모씨는 박 대표를 향해 코스피 대비 낮은 SKT의 주가 상승률을 지적했다.
그는 “작년 주총에서도 ‘주주가치 제고’를 언급했지만 주가가 박스에서 왔다 갔다만 한다”며 “주주들이 화가 많이 나 있다”고 부연했다.
박 사장은 유 씨의 말에 공감을 표하며 “유동성 장세에서 소외된 것이 전 세계 통신주”라며 “저라고 안 답답하겠냐”고 밝혔다.
그는 SKT의 배당수익률이 4%라는 점을 강조하며 “그만큼 자본 유출을 하면서 성장에 대한 부분을 인정받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지배구조 개편으로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것이라는 야심을 밝혔다.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발표 시기는 최소 상반기라고 언급했다.
그는 “저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주가가 커버하지 못하고 있다”며 “곧 구체화하는 대로 따로 자리를 만들어 설명할 것”이라고 했다.
시장에서는 SKT가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면 통신사업부에 가려졌던 신사업과 자회사가 재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SKT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이 올 연말로 다가오면서 중간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주회사가 보유해야 하는 자회사 지분율을 높이는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된 뒤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면 SKT는 현재 20.07%인 SK하이닉스 지분율을 30%까지 늘려야 한다.
박 사장은 원스토어를 포함한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 의지도 밝혔다. 최근 자본시장의 높은 유동성을 고려해 빠르게 IPO에 나서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예정대로 원스토어는 준비가 다 되고 있다”며 “IPO는 뜬구름 잡은 이야기를 자본시장에서 얼마로 인정받느냐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스토어에 이어 ADT캡스, 11번가, 웨이브 등 유동성이 좋을 때 빨리 IPO를 할 것”이라며 “4~5월 중에는 계획이 발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참여에 관한 언급도 있었다. 인수 의지에 관한 질문에 박 사장은 “이베이에서 온 것 아니냐”고 농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쿠팡 상장 성공 뒤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가 ‘11번가 팔아라’였다”며 쿠팡 상장이 이베이 인수전에도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했다. “이커머스는 한 나라에서 하나라는 인식이 있다”며 “지금 쿠팡을 나스닥에서 높게 본 것도 이러한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이베이 인수전에서 유동적인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베이 인수전에서 어떤 결정을 하든 우리에게 포트폴리오 영향이 있다”고 부연했다.
업계 관심사인 디즈니플러스와의 협력에 관해서는 “웨이브의 경쟁자”라며 협력 가능성을 낮게 시사했다.
주총 직후 박 사장은 “디즈니는 웨이브와 경쟁하는 구도”라며 “넷플릭스 CEO는 시간이 되면 보자고 했는데 코로나19로 못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올해 사업 계획에서 인공지능(AI) 컴퍼니로의 진화를 강조했다.
그는 “모든 서비스 앞단에 AI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CEO가 되기 전부터 생각했고 지금 그렇게 되고 있다”며 “주주분들의 상상보다 훨씬 더 강한 AI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AI의 시대가 10년, 20년에 걸쳐 열릴 것”이라며 “MNO, 보안 등 모든 서비스를 AI로 무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