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문 닫고 공장은 불타고…미얀마, ‘실패한 국가’ 전락 우려

입력 2021-03-18 13:52수정 2021-03-18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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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은행 대부분 폐점...기업들 급여 송금 등 난항
중국과 일본 일부 공장에는 방화
제조업 PMI 사상 최저·신규 사업자 등록 86% 급감
각국, 미얀마 군부 제재 나섰지만 일반 시민 피해에 고민

▲미얀마 양곤에서 8일 은행을 찾은 시민이 닫힌 문을 보고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양곤/EPA연합뉴스
미얀마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민불복종운동(CDM)이 격해지면서 현지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이미 미얀마 경제는 총파업과 공장 방화 등으로 마비된 상태이며 해외 국가들의 경제 제재도 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현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이번 사태로 지난 10년에 걸친 경제성장 성과가 사라지고 미얀마가 아예 ‘실패한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얀마의 한 기업 CEO는 “CDM이 파업을 이끄는 데 성공했다”면서도 “나는 군부 축출이 목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다소 위험한 게임”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을 시작으로 현지 은행 대부분이 문을 닫은 상황이다. 이에 기업들은 직원 급여 송금과 외화 자금 운용 등에 애를 먹고 있다. 또 양곤에서는 지난 주말 중국인 소유 공장을 중심으로 방화가 발생했다. 전날에는 일본 유니클로 의류공장 2곳에서 불이 나기도 했다. 최근 글로벌 의류 브랜드 H&M과 C&A, 인디텍스 등이 앞으로 미얀마에 주문을 넣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기업의 엑소더스(대탈출)도 이제 시간문제다.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피터 뭄포드 애널리스트는 “미얀마가 실패한 국가가 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미얀마가 혼란에 빠지면 태국을 비롯한 인근 지역 공급망에도 큰 불안 요소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은행과 상점 폐업으로 소비가 정체된 상황에서 농수산물 가격까지 오르는 등 기업 경제를 넘어 경제 전반에 적색경보가 울리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미얀마에서 식품과 기타 필수품 가격이 더 오른다면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겪고 있던 기아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미얀마 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향하고 있다는 초기 신호가 나타났다. IHS마킷이 집계한 미얀마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1월의 47.8에서 2월 27.7로 하락했다. 이는 집계가 시작된 201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얀마 투자·기업관리국에 따르면 2월 신규 사업자 등록은 188개사로 전월 대비 86% 급감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경제 제재를 통해 미얀마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 내 예치된 미얀마 정부 자금 10억 달러(약 1조 1249억 원)를 동결했고, 현지에 있는 보석회사 3곳을 별도 제재했다. 보석 산업은 석유·가스와 함께 미얀마의 주 수입원이다. 또 EU는 지난 4년간 지원한 2억 유로(약 269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중단하기로 했고, 한국도 최근 미얀마에 군수품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는 등 군부 제재에 동참하는 나라들은 점차 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제재가 군부 압박을 넘어 국가 경제 전반에 타격을 주면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자칫 군부에 맞서는 CDM의 의지마저 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톰 앤드루 유엔 특별 보고관은 “군부에 최대한 영향을 주면서 국민에는 최소한의 영향만 미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전 세계가 일반 국민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웅을 지원한다(We Support Heroes)’라는 모금 활동이다. 이들은 전 세계 기부금으로 공무원 급여를 충당하는 등 최소한의 자국 인프라 유지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현지 매체 미얀마나우는 “‘영웅을 지원한다’와 같은 사회단체는 군부가 승리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미얀마에 많은 자금은 없지만, 대중들의 관심 덕분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충분히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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