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재산] 하위직도 부정축재 의심…"전부 재산등록 해야"

입력 2021-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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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등록 제외' 5급 이하 공무원 비리 감시 '사각지대'

▲정부세종청사. (사진제공=연합뉴스)

"全공직자 재산등록 대상돼야 각종 비리 차단 가능"
개인 사생활 침해ㆍ인사혁신처 업무량 과중 우려도

“국가직 공무원 재산등록 대상은 4급(서기관) 이상부터 적용되다 보니 4급 승진 전에 재산을 미리 처분하는 공무원들이 적지 않다.”

세종 관가에서 일하는 경제부처 한 공무원은 이런 행위가 장·차관, 1·2급 공무원 등 고위직 관료를 목표로 하는 5급 이하 공무원 사이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라고 귀띔했다. 4급 승진 대상자가 되면 자신에게 누(累)가 될 만한 재산을 정리하는 공무원들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이는 공직자 재산등록 대상자가 아닌 5급 이하 공무원 중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축적해온 공무원이 있을 수 있음을 의심해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최근 국민적 공분을 불러온 한국주택토지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사태가 이러한 의심을 부추기고 있다. LH 직원 투기 의혹과 관련해 정부가 11일 발표한 1차 합동조사 결과 총 20명의 직원이 투기 의심자(이 중 7명 적발)로 드러났다.

내부 정보를 이용해 경기 광명, 시흥, 신도시 지역에서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매입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최근에는 세종시청 공무원 3명이 세종시 연서면 스마트 국가산업단지에 투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재 세종경찰청은 세종시청의 수사 의뢰를 받아 이들을 피의자로 전환해 수사하고 있다. 세종시청에 따르면 세종시 연서면 일대가 작년 8월 국가산단 후보지로 선정되기 수개월 전부터 농지에 묘목이 심어지는 등 투기를 의심할 만한 행위가 확인됐다.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 직원과 세종시 공무원의 공통점은 현행법상 재산등록 대상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들의 부정부패 등을 막기 위해 국가·지방 정무직, 4급 이상 공무원, 공공기관 임원, 경찰·소방·국세·관세 등 특정 분야 7급 이상 공무원 등을 재산등록 의무자로 규정하고 있다. 재산등록제는 일반직 1급 국가·지방공무원 이상 공직자의 재산 현황을 국민에게 알리도록 하는 재산공개제와 함께 투명한 공직사회 구현을 위한 장치로 꼽힌다.

이에 정부는 현재 4급 이상 공무원으로 한정한 재산등록 의무 대상을 부동산 정책 관련 5급 이하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재산등록 의무 대상을 부동산 정책과 관련 없이 모든 공직자에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선일 순천대 행정학과 교수는 “재산공개 적용은 어렵겠지만 재산등록은 스스로 비리를 억제할 수 있는 자기 규제라는 점에서 고위직, 하위직 가릴 것 없이 모두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그래야 이번 LH 사태처럼 감시가 허술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각종의 공직자 비리 문제가 차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이해충돌 방지 법안 입법도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산등록 의무 대상을 모든 공직자로 확대하면 이해 충돌 없이 성실하게 공직 생활을 해온 하위직 공무원에 대한 사생활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일단은 투기 우려가 있는 부동산 업무와 부정 청탁이 일어날 수 있는 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에 대해 재산등록을 의무화한 뒤 점진적인 확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LH 사태로 공직자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추락한 만큼 공직자 스스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모든 공직자에 대한 재산등록 의무화 시 관할 부처인 인사혁신처의 업무 과중도 우려된다. 현재 인사혁신처는 약 23만 명의 재산등록 의무자를 관리하고 있는데 모든 공직자(공무원 만 111만 명)를 관리할 경우 업무량이 폭증하기 때문이다. 이는 재산등록 업무 담당 공무원들이 더 많이 필요한 것이어서 국민 혈세 투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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