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종합부동산세가 과세되는 공시가격 9억 원 이상 공동주택이 급증하면서 종부세 기준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정부 부동산정책의 총체적 실패로 집값이 크게 올라 집 한 채 가진 중산층까지 세부담이 급증하는 까닭이다. 공시가격만 계속 올리고 종부세 기준은 2009년 이후 12년째 그대로다.
국토교통부의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은 인상률이 19.08%로 2007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큰 폭이고, 종부세를 내야 하는 9억 원 초과 주택은 작년보다 69.6% 늘어난 52만4620가구다. 서울은 41만2970가구로 47.0%, 경기도는 8만4323가구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의 종부세 대상 가구 비중은 16.0%로 6가구 중 1가구꼴이다. 강남권뿐 아니라 마포·용산·성동·성북·노원·도봉·강북 등에서도 많이 늘었다. 대형은 말할 것도 없고, 중소형 아파트로까지 부과 대상이 확대된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를 내세워 2030년까지 시세 대비 90% 수준으로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종부세 기준인 공정시장가액 비율도 종전 80%에서 올해 95%, 내년 100%로 높아진다. 집값이 오른 데다 과세 기준 상향으로 종부세 대상과 세금도 급증하는 구조다.
종부세는 지난 2005년 공시가격 9억 원 이상에 도입됐다. 이듬해 과세 기준이 6억 원으로 낮아지고 가구별 합산 부과로 전환됐다. 그러나 가구별 합산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2009년 인별 합산과 함께 기준이 다시 9억 원으로 높아졌다.
종부세는 처음 서울 강남의 대형 아파트나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부유세(富裕稅) 성격이었다. 일부의 집부자가 부과 대상이었고 별 저항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 힘들게 집 한 채 마련한 중산층까지 세금공격을 당하고 있다. 12년 전 9억 원이 고가 주택 기준이었겠지만, 지금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KB국민은행 조사에서 9억 원을 훌쩍 넘는다.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이 폭등했는데 공시가격만 계속 올려 세금을 늘린다. 1주택 실수요자, 별 소득 없이 집이 자산의 전부인 은퇴계층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고가 주택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고, 정치권도 선거철 때마다 기준 상향에 나선다고 했다가 뭉개기를 반복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중산층 세금폭탄을 ‘가짜뉴스’로 몰아붙이기까지 한다. 종부세를 내는 사람들이 아직 소수(少數)라는 점에서 편가르기를 통한 정치적 이득만 계산하는 모습이다.
과도한 보유세 부담은 결국 집값을 끌어올리게 된다. 종부세는 집 가진 사람에 대한 징벌적 과세이자, 정부가 세금 더 걷는 수단이 됐다. 집값도 못 잡고 조세정책만 왜곡하면서 주거복지와도 거꾸로 가고 있다. 종부세 기준을 현실화하고, 1주택 실수요자의 세금 부담은 덜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