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대해 칼을 빼 들었다. 기획재정부는 LH 직원들의 대출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는지 살필 것을 지시했고 금융위원회는 합동 특별수사본부에 인력을 파견했다. 금융감독원 역시 LH 사태에 조사에 나설 전망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2일 정부청사에서 열린 ‘제16차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 장관회의’에 참석해 “LH 투기 사건은 은행권의 특정 지점에서 대규모 대출이 집단으로 이뤄졌기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대출이 어떻게 가능했고, 대출 과정상 불법 부당 또는 소홀함이 없었는지 등을 금융감독원 등은 철저히 조사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 따르면 LH 임직원들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경기도 시흥 과림동 일대 땅 2만3000㎡를 매입하면서 북시흥농협에서 58억 원 규모의 대출을 받았다. 이후 이 땅은 3기 신도시 예정지로 지정됐다.
이들이 찾은 지역농협은 농어민 조합원의 자금 융통을 돕기 위해 설립돼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지만 상대적으로 대출 문턱이 낮다. 농어민 조합원을 위해 세워졌지만 반드시 농어민 또는 조합원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지역농협은 대출 심사가 까다롭지 않고 금융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수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전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은행권이 아닌 제2금융권, 주택이 아닌 토지 등은 관심이 적었던 부분인데 이번에 문제가 생긴 만큼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최근 합동 특별수사본부로부터 인력 파견 요청을 받았다. 은 위원장은 “사안의 심각성과 엄중함을 인식한 만큼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며 “능력 있는 직원들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역시 대대적인 조사에 나선다. 금감원은 농협을 비롯해 인근 지역의 토지담보대출을 취급한 금융권을 전수 조사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어떻게 조사를 할지 금융위와 협의를 하고 있다”며 “불법 대출이 있는지 등을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