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정치인도 하는 눈썹 문신, 대부분 불법?

입력 2021-03-0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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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도 할 만큼 대중화된 눈썹 문신…대부분 '불법'
17대 국회부터 꾸준히 발의된 '문신 합법화' 법안
의료계 반대로 번번이 국회 문턱 못 넘어

▲반영구 화장 및 문신 합법화를 두고 관련 업계와 의료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누구보다 간절히 반영구 화장 합법화를 원한다
- 대한반영구화장협회 김순옥 회장

올해 초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눈썹 문신이 화제를 모았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행보를 본격화하며 시도한 이미지 변신이었다. 정치인도 할 만큼 대중화된 눈썹 반영구 문신. 그러나 시중의 반영구 화장은 대부분 불법이다.

현행법상 문신은 의료 행위로 의사가 아닌 사람이 문신업무를 해서는 안된다. 명시적으로 비의료인의 시술을 금지하는 법안은 없지만, 1992년 대법원이 타투를 의료 행위로 판결한 이후 줄곧 비의료인의 시술을 금지했다.

이와 관련해 현실과 동떨어졌다며 문신 및 반영구 화장 합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왔다. 17대부터 21대 국회까지 합법화 내용을 담은 '문신사법'도 매번 발의됐다.

하지만 의료계의 거센 반대로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에도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문신사법’을 발의했으나 입법이 되지 않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올해 초 눈썹 문신으로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사진은 1월 19일 야권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 당시 모습이다. (신태현 기자 holjjak@)

2일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은 '반영구화장문신사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반영구화장문신사 면허 관련 내용과 위생 관리 의무, 사업소의 신고와 폐업 등에 관한 사항을 담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발급하는 면허를 받은 자는 의료 면허와 관계없이 반영구 화장 문신을 할 수 있다.

엄태영 의원은 의안에서 "현행법은 반영구 화장 문신 업무를 불법의료행위로 처벌하고 있으나, 대부분 의료 목적보다는 미용적 목적으로 문신을 받는 경우가 많아 법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며 "반영구화장문신업을 양성화해 관련 산업의 건전한 운영과 국민의 건강증진에 이바지하려 한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대한반영구화장협회 김순옥 회장은 "반영구 화장은 의료 행위보다는 보건복지부 관할 아래 있는 예술이자 시술"이라고 주장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대한반영구화장협회 김순옥 회장은 반영구 화장 합법화를 주장하며 "반영구 화장은 의료 행위가 아닌 전문 미용술"이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반영구 시술을 하는 병의원이 그다지 많지 않고, 많은 고객들이 의료인보다는 전문적으로 화장 기술을 습득한 반영구 화장인을 찾는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김순옥 회장은 "반영구 화장이 합법화되면 보건이나 위생 문제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영구 화장 및 문신이 법의 테두리에 들어오면, 관련 업계 종사자의 처우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고객이 반영구 시술을 받고도 비용을 내지 않고 신고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거나, 업계 종사자가 부당한 일을 당해도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

실제로 서울 일대에서 반영구 눈썹 시술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박 모(28) 씨는 지난달 인테리어 업자에게 협박성 발언을 들었다. 인테리어 하자가 발생해 수리를 요구했는데 업자가 오히려 “반영구 시술을 신고하겠다”며 위협했다. 박 씨는 금전적인 피해가 막심했지만 제대로 따질 수 없었다.

김순옥 회장은 "같은 반영구 업계 종사자들끼리 이해관계에 얽혀 서로 신고하는 등 산업 자체가 양성화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가 많다"며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미용 시장이 침체돼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합법화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피부과의사회는 "반영구 화장 및 문신 합법화는 엄격한 의료제도를 통해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료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문신은
살갗을 바늘로 찔러 물감으로 무늬를 새기는 침습적 의료 행위
- 대한피부과의사회

반면 의료계는 반영구 화장 및 문신은 '의료 행위'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신이 바늘을 사용하는 침습(侵襲)적 의료 행위라는 것이다. 침습적 의료 행위는 감염으로 인한 국소 및 전신 감염증, 피부염, 알레르기성 육아종 등을 발생시킬 수 있다.

대한피부과의사회는 서면을 통해 "반영구 화장은 시술 과정 상 근본적으로 문신과 동일하게 살갗을 바늘로 찔러 물감으로 무늬를 새기는 행위"라며 "실제로 문신 시술임에도 불구하고, 반영구 '화장'이라는 단어가 누구나 간편하게 할 수 있고 부작용이 없는 것처럼 생각하게 만든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한피부과의사회는 "국민들이 아직 문신 시술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반영구 화장 및 문신 합법화는)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늘어나는 시술과 함께 수반되는 ‘문신 제거 시술’ 또한 증가할 수밖에 없어 사회적 비용이 낭비될 우려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한국, 사실상 세계 유일의 문신 금지 국가

우리나라를 제외한 현재 대부분 국가에서 비의료인의 문신 및 반영구 시술을 허용하고 있다. 그동안 비의료인의 시술을 금지해왔던 일본은 지난해 노선을 틀었다. 지난해 9월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는 "타투가 의료 행위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대한반영구화장협회 김순옥 회장은 "요즘 해외에서도 우리 미용 기술이 인정받고 있는데, 정작 국내에서 이런 취급을 받아 안타깝다"며 "누구보다 간절히 합법화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피부과의사회는 "다른 국가에서 일정한 관리 감독 하에 문신 시술을 허용한다 하더라도 이는 각 나라의 문화와 전통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결과"라며 "이를 비판 없이 받아들여 우리나라에서도 문신 시술을 양성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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