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현대차 정의선, 중국서 토요타 수소전기차에 선전포고

입력 2021-03-0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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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연료전지 공장 추진…합작사 설립한 토요타에 ‘현지 생산’으로 반격

▲현대차그룹이 중국 광저우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생산공장을 설립한다. 일본 토요타가 영향력을 확대해온 중국 수소전기차 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조감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글로벌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해 운신의 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일본 토요타가 그동안 공들여온 중국 수소 생태계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지면 본격적인 현지 생산 체제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2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과 중국 광둥성 광저우를 온라인으로 연결, 'HTWO 광저우' 기공식을 열었다. 현대차 최초의 해외 수소연료전지 공장이다. 완공은 2022년 하반기 완공, 연간 6500기의 수소전기 시스템 생산이 목표다.

정의선 회장은 온라인 기공식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수소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중국 내 다양한 파트너십과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클린 모빌리티 혁신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단순한 해외 공장 기공식이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치열한 경쟁 구조가 서려 있다. 그동안 중국에서 수소전기차 터를 닦아온 일본 토요타를 겨냥한 사실상의 '선전포고'다.

수소전기차 분야에서 현대차는 토요타의 강력한 맞수다.

현대차는 2012년 투싼ix를 바탕으로 수소전기차 양산에 성공했다. 양산은 세계 최초였다. 작은 물량(15대)이지만 유럽에 수출도 했다.

깜짝 놀란 토요타는 2014년 전용 수소전기차 '미라이'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현대차는 ‘최초 양산’을, 토요타는 ‘최초의 전용 모델출시’를 강조하고 있다.

2018년에는 현대차도 전용 수소전기차 넥쏘를 내놓으며 반격했다. 그러자 토요타가 2020년 12월, 주행거리를 끌어올린 미라이 2세대로 또다시 방어에 나섰다. 엎지락뒤치락인 셈이다.

결국, 관건은 “누가 먼저 중국 시장을 선점하느냐”로 모인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은 수소전기차 시장에서도 '블루오션'이다. 현지 정부가 ‘수소 굴기’를 앞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토요타는 2016년부터 중국 현지 투자를 확대하면서 기반을 다지기 시작했다. 작년 6월 토요타는 둥펑차그룹, 베이징차그룹, 광저우차그룹 등 6개사와 함께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 합작회사를 현지에 세웠다.

자본 50억 엔(약 500억 원)을 바탕으로 토요타가 지분 65%를 확보하고, 나머지 6개사가 35%를 나눠 갖는 형태다.

(자료=코트라)

이런 상황에 현대차가 현지생산 체제를 구축하자 토요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대차는 이미 넥쏘를 앞세워 수소전기차 양산 체제를 확실하게 다지고 있다. 2019년 기준 현대차 넥쏘 판매량은 4818대로 글로벌 1위. 반면 토요타 미라이는 2407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본 현지에서 수소전기차 인기가 시들하기 때문이다.

결국, 토요타는 이에 대한 돌파구로 거대 시장인 중국을 파고들었다. 양산 확대→납품단가 인하→가격경쟁력 확대로 이어지는 만큼, 거는 기대도 컸다.

코트라에 따르면 토요타는 중국 푸텐에서 수소전기버스 양산 체제를 준비 중이다. 올해부터 이 수소전기버스가 대량생산되고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현지관료들을 일본 토요타 공장으로 초청해 기술력을 소개하는 등 공을 들이기도 했다.

이처럼 토요타가 다져온 시장 한복판에 현대차가 수소전기 시스템 생산공장을 구축한 셈이다.

양사의 대결이 본격화된 가운데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수소전기차 기술 표준을 선점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곧 글로벌 주요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토요타가 정면 대결을 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양측이 출혈경쟁을 앞세워 ‘치킨게임’에 나서는 것이 아닌, 시장을 양분하고 주력 분야에서 기술 표준을 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토요타는 수소전기 자동차에 집중하는 반면, 현대차는 자동차 이외에 선박과 열차, 자가발전까지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라며 “현재 기술력은 토요타가 소폭 앞서고 있지만, 현대차는 글로벌 수소전기차 판매 1위인 넥쏘를 앞세워 양산기술과 이에 대한 안정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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