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박살 나 일할 기분 아냐" 코스피 3000 붕괴에 반대매매 급증

입력 2021-02-25 17:30수정 2021-02-25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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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3000포인트 이하로 떨어진 24일, 방송인 노홍철은 한 방송에 나와 “증시가 박살 나 방송할 기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주식투자에 일희일비하는 동학개미 심정을 대변한 멘트였다. 이날 각 증권사 지점마다 반대매매가 급증해 계좌관리에 빨간 불이 커졌다는 소식이 돌기도 했다.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이는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코스피지수 3000포인트 전후 조정장에서도 반대매매가 급증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발생한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3219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214억 원 규모의 반대매매가 터진 셈이다. 이달 1일, 역대 최고 반대매매 금액 320억 원을 기록한 후 비슷한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월평균 반대매매 금액 역시 최대 수준이다. 지난해 2월 발생한 반대매매 금액은 하루 평균 102억 원 정도였는데, 1년 만에 285억 원까지 몸집을 키웠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미수 거래 사용 후 돈을 갚지 못했을 때 발생한다. 증권사에서는 개인투자자가 주식에 투자할 수 있도록 단기융자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돈을 빌려 주식을 샀지만, 주가가 하락해 사흘 후 대금을 갚지 못할 경우, 증권사는 주식을 강제로 팔아 채권을 회수한다. 만약 보유주식을 다 팔아도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이른바 ‘깡통계좌’가 발생하게 된다. 반대매매는 증권사별로 다르지만 대개 보유 주식의 평가금액이 신용공여 잔고의 140% 이하로 떨어지면 담보부족분만큼의 주식을 강제로 매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문제는 연초 코스피지수가 최고 3266.23까지 오르는 강세장에서도 반대매매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한 증권사 지점 관계자는 “1월 중순부터 코스피지수 3000 전후로 담보 부족 계좌가 급증했다. 2% 하락에도 반대매매가 크게 터졌는데, 신용거래 사용이 늘어나 발생한 부작용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용대출 등 외부 자금조달이 어렵다 보니 증권사 신용거래 서비스를 이용해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투자성향은 단연 초고도위험이다. 조정장에서도 취약한 계좌가 크게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매일 TV에서도 연예인들이 그래프를 보다가 주식을 사고, 돈을 따거나 잃는 게 예능으로 나오면서 주식이 전 국민 투기수단으로 전락하는 것 같다. 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은 심리적인 분석이고, 최근 유입된 개인투자자 계좌는 리스크 노출에 대한 대비가 없다”고 말했다.

연일 강세장이 연출되자 자산상승에 소외감을 느낀 개인투자자들이 빚을 내서라도 주식을 사야한다는 강박증에 빠져 변동성에 취약한 계좌가 급증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빚투(빚을 내서 주식투자) 규모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19일 신용거래융자도 규모도 22조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이들은 빚을 내 테마주를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기준 신용비율이 가장 높은 종목은 선광으로 11.98% 수준이다. 이어 써니전자(11.40%), 대성홀딩스(11.37%), 조광ILI(10.75%), 파워넷(10.74%), 알에프텍(10.57%) 등 희토류·정치인 테마주 등이 뒤를 잇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용거래를 이용한 투자자는 담보유지비율을 수시로 확인해 증권사의 보유주식 임의처분으로 인한 투자 손실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며 “주식 가치가 떨어지면, 대규모 반대매매로 인해 깡통계좌가 될 수 있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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