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한계 ‘인플레 우려’ 고조
‘짖지 않던 개’(물가)가 물기 시작한 것일까. 사라졌던 인플레이션의 기미를 알리는 신호가 곳곳에서 울린다. 미국 국채금리와 유가 등 원자재는 들썩이고, 코스피 지수는 물론 테슬라·애플·아마존 등 기술주가 몰려있는 나스닥 시장은 곤두박질쳤다. 세계 금융시장이 미 국채 금리에 연동된 까닭에 시장 참가자들은 금리 상승세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23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9.66포인트(-0.31%) 하락한 3070.09, 코스닥은 17.69포인트(-1.85%) 떨어진 936.60에 장을 마감했다. 원ㆍ달러 환율 0.2원 오른 1110.6원에 마감했다.
미국 등 글로벌 국채 금리(인플레이션 신호)가 급격히 오르면서 뉴욕증시가 혼조세를 보인 것이 한국 증시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8월 역사적인 저점(0.51%)을 기록했던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22일(현지시간) 1.37%까지 상승했다. 원자재 강세 속 이어지는 국제 유가의 상승세가 국채금리를 끌어올렸다. 이날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61.70달러에 거래됐고, 만기인 3월물은 61.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월 7일(배럴당 62.70달러) 이후 최고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30.21포인트(-0.77%) 하락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41.41포인트(-2.46%) 급락 마감했다.
월스트리트의 탐욕이 불러온 2008년 금융위기 후 각국의 돈 풀기(사실 자산가격 떠받치기)는 비정상적 버블 구조를 만들었다. 경제상식을 뒤집으며 동행하는 주식과 채권뿐이 아니다. 오갈 데 없는 유동성은 미국의 채권 수익률보다 나은 수익률을 기대케 하는 금, 원자재, 비트코인 등 거의 모든 자산에 버블을 만들어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장기화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미·중 갈등 국면에서 한국의 금리가 덩달아 오르면서 주식시장 위축, 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 악화, 가계의 이자 부담 급증 등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문제는 쓸 만한 카드가 많지 않다는 데 있다. 꺼져가는 경기와 자산버블을 막기 위해 정부가 부채를 무한정 늘릴 수는 없다. 민간 부문의 부채도 부담스러운 수준이라 통화정책에 한계가 있다.
김성택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향후 경기부양책 규모, 백신접종 진전 등에 따라서는 ‘인플레이션상승세 확대’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면서 “최근 (해외IB들의) 컨센서스는 ‘좋은 인플레이션’(경기회복 지속, 자산가격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