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코로나19 뚫고 하이킥, 작년 경상수지 흑자 752.8억달러 ‘기대이상’

입력 2021-02-0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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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기였던 2017~18년 수준..GDP대비 4%대 초반
하반기 상품수출 회복에 여행·운송수지 개선..전망치보다 100억달러 더 늘어
수출보다 수입 더 줄었으나 유가하락 탓, 불황형흑자 아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모습. 사진제공=삼성전자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750억달러를 넘어섰다. 반도체 호황기였던 2017~18년 수준과 비슷한 규모로 당초 전망치보다 100억달러 가량 더 늘어난 것이며,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4%대 초반 수준에 달하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확산)에도 불구하고 하반기부터 반도체와 정보통신, 화공품 등 상품수출이 회복세를 보인데다, 여행과 운송을 중심으로 서비스수지도 개선됐기 때문이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든 것은 맞지만, 국제유가 하락 영향이 컸다는 점에서 불황형흑자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 반도체 등 제조업기반 경제구조에 K방역 한몫 =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752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156억달러 확대된 것이며, 작년 11월 한은이 전망한 650억달러도 크게 웃돈 것이다.

부문별로 보면 상품수지는 819억5000만달러로 전년보다 21억3000만달러 확대됐다. 수출은 400억6000만달러 줄어든 5166억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생산 차질과 수요 위축 등으로 석유제품(-40.3%, 통관수출 기준)과 승용차(-11.9%), 철강(-10.3%) 등이 줄었지만, 정보통신기기(13.0%)와 반도체(5.4%)는 증가했다.

수입은 422억달러 감소한 4346억6000만달러를 나타냈다. 수입가격 하락에 원유(-36.7%)와 석유제품(-25.9%)를 중심으로 한 원자재(-18.8%)가 감소한 탓이다. 반면, 자본재(7.4%)는 늘었다.

서비스수지 적자폭은 106억6000만달러 축소된 161억9000만달러를 보였다. 여행수지 적자폭이 62억4000만달러 감소한 56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동제한조치에 따라 출입국자수가 동반 감소한 가운데 여행지급이 여행수입보다 큰 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운송수지는 21억3000만달러 흑자로 2015년(46억5000만달러) 이후 5년만에 흑자전환했다. 원유 등 수입에 주로 이용되는 발틱건화물운임지수(BDI)가 21.2% 하락한 반면, 수출화물에 주로 사용되는 선박컨테이너운임지수(SCFI 52.2%, CCFI 17.8%)는 상승한 때문이다.

(한국은행)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 흑자폭이 기대이상을 기록했다. 해외여행 감소와 유가하락, 거기에 비대면 경제활동과 관련한 반도체와 진단키트, 헬스 등 주력사업을 갖고 있는 경제구조가 있었고, 방역과 항공운수 관련 새로운 분야 수요에 발 빠르게 대처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발생으로 전 세계가 생산과 수요에 차질을 빚는 가운데 방역이 원활해 양호한 산업활동을 유지했다. 경제가 턴업하는 과정에서 혜택을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명목 GDP 수치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이같은 흑자규모는 반도체 호황기였던 2017~18년 수준으로, GDP대비로는 4%대 초반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코로나 충격이 서비스업쪽에 집중된 반면 상대적으로 제조업쪽은 적었다. 제조업기반 경제구조를 갖고 있던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며 “소비가 서비스 위주로 줄었고, 내구재나 내구재생산 등 투자가 세계적으로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비대면 IT 투자가 늘었다. 전자부품 등이 수출에 기여해 유리하게 작용했던 것 같다. 유가가 떨어져 수입이 줄어든 것도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평했다.

◇ 안전판 역할 톡톡, 비대면·헬스케어 등 수출경쟁력 유지해야 = 이같은 흑자는 경제와 외환시장에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박양수 국장은 “경상수지가 흑자가 되지 못하면 외환시장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런면에서 안전판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주요국과 비교해도 크게 선방했다. 전대미문의 코로나 위기 상황 속에서 우리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담당했다”고 평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불황형 흑자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박양수 국장은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크게 감소해 그것만 보면 불황형흑자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불황형흑자란 국내경기 부진으로 수입수요가 줄어 그 결과 흑자로 돌아섰을 때를 말한다. 물량요인보다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에서 40달러대로 많이 떨어진 가격요인이 크다. 또, 국내 경기가 위축될 경우 소비재와 자본재 수입이 줄어야 하나 지난해 기계류와 장비 등 투자가 잘되면서 자본재와 소비재 수입이 꾸준했다는 점에서 불황형흑자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올해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있어 작년같은 흑자를 기록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한은이 내놓은 전망치도 작년 650억달러에소 올해 600억달러로 줄 것으로 봤다.

박양수 국장은 “지난해 11월 한은 전망치를 보면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올해 줄어드는 것으로 나온다. 국제유가가 상승추세로 간다면 상품수지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것을 기반으로 전망치를 내놓은 것”이라며 “이달말 나올 수정경제전망을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코로나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올해까진 괜찮을 것이다. 다만 백신 보급에 따라 코로나가 둔화하면 서비스와 소비는 늘고 비대면 IT투자 증가세는 꺾일 수 있다”면서도 “향후 큰 흐름은 비대면과 헬스케어 등이다. 이 부분에서 장기적 흐름에 올라타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수출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게끔 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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