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돌이표’ 금융권 배당 논란] 당국 “건전성 관리” vs 업계 “지나친 경영 간섭”

입력 2021-02-0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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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포스트코로나’ 건전성 우려
은행·보험사에 배당 자제 권고
이익공유제 압박 주주 불만 심화
투자금 이탈 등 부작용 가능성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령’이 은행에 이어 보험사까지 불똥이 튀면서 금융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여파로 은행 건전성에 무리가 올 수 있는 만큼 자본금을 쌓으라는 논리지만, 금융권은 관치금융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방침대로라면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한 금융권의 배당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배당은 삭감과 동시에 여당의 이익공유제 참여 압박까지 겹치면서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에 이어 보험사에도 배당 자제를 권고, 일률적인 기준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배당 성향을 최근 3년 평균 수준으로 유지하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8일 은행권에 ‘순이익의 20% 이내 배당’ 권고안을 의결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금융사들이 돈을 배당에 쓸게 아니라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금융사 배당에 대해 구두 권고를 한 적은 있지만,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권고안을 공식적으로 의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위는 ‘스트레스 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를 공개하면서 코로나19로 경제 성장이 멈췄다고 가정할 때 은행의 자본 여력이 충분치 않다고 근거를 들었다. 따라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기 위해 배당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에서 총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로 배당성향을 낮추면 주주 배당이 줄게 된다. 지난해 4대 은행 지주사의 배당성향은 25~27% 정도였다. 금융위 권고 대로라면 4대 금융지주의 배당금은 지난해보다 6500억 원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금융지주와 보험사들은 코로나19 여파에도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4일 KB금융지주를 시작으로 5일에는 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가 일제히 지난해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KB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이 2019년보다 5.40% 증가한 3조4905억 원으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됐다. 신한금융 순이익은 3조4833억 원으로 전년 대비 2.34% 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배당 자제령에 금융권과 주주들은 지나친 경영간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실적에 부응한 배당을 기대했던 주주들은 불만을 넘어 소송전도 불사할 태세다. 최대 실적으로 얻은 수익을 주주에게 주는 대신 소상공인에게 주라는 이익공유제에 참여라고 연일 압박한 것도 불만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됐다.

금융지주나 보험사는 민간기업이자 주주 간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상장기업이다. 배당이 줄어들면 그만큼 주주가치는 훼손되고 투자금은 빠져나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자금이 제대로 조달되지 않으면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의 공적 역할에 대한 요구가 과도하게 커지면서 시장 논리에 역행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며 “국내 금융시장 최대 리스크는 매년 반복되는 금융당국 관치와 정치권 개입”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금융지주들은 정부여당의 과도한 개인데 따른 소송 등에 대비해 주주 이익을 줄이는 대신 불특정 다수를 위해 기금에 출연하는 경영행위 등에 위법 소지가 있는지 검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은 일단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내부적으로 주주달래기에 착수한 상태다. 주총에서 배당안이 통과되지 못해 금융당국과 관계가 악화 될 경우 추가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과 여당의 경영간섭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라 밖으로는 불만을 표출하면서도 안으로는 주주들을 달래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제시한 배당안을 주주들이 소송 등으로 맞설 경우 금융당국과 대립각을 세워 득보다 실이 많아질 수 있는 점도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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