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 로빈후드, 3.8조원 자금 긴급 수혈

입력 2021-02-02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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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예치금 급증으로 자금 조달 나서게 돼
게임스톱 등 거래 제한으로 반발 사…로빈후더들 줄소송 제기
의회 청문회에 IPO까지 불투명해져

▲블래드 테네브 로빈후드 공동설립자가 2016년 5월 10일 뉴욕 브루클린에서 열린 테크크런치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밀레니얼 개인투자자들의 핵심 주식 거래 플랫폼인 로빈후드가 첩첩산중의 상황에 놓였다. 최근 게임스톱 거래 제한으로 자사 핵심 고객인 개미들의 신뢰를 잃은 것은 물론 의회 청문회까지 받게 됐다. 여기에 기업공개(IPO) 계획마저 불투명해지면서 로빈후드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로빈후드는 이날 24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기존 주주들로부터 10억 달러를 투자받은 후 일주일도 안 돼 추가 투자를 받으며 총 34억 달러(약 3조80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로빈후드가 2013년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조달한 총투자금을 웃도는 규모다. 제이슨 워닉 로빈후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번 자금 조달은 우리가 본 놀라운 성장과 플랫폼에 대한 수요를 맞출 수 있도록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로빈후드의 이번 투자 유치는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없다. 성장을 위한 투자 유치가 아니라 게임스톱 공매도 전쟁으로 인해 미국 증권정산소(NSCC)에 넣어야 하는 의무예치금이 급증해 긴급 자금 수혈을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블래드 테네브 로빈후드 공동설립자에 따르면 NSCC는 주가 변동성이 커지자 30억 달러의 예치금을 요구했고, 이는 로빈후드의 납부 능력을 벗어나는 수준이었다. 다만 NSCC는 이후 예치금을 7억 달러로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개미들의 후원자가 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온라인 채팅 앱 클럽하우스에서 테네브 설립자와 설전을 벌였다. 그는 테네브 설립자를 향해 “시타델캐피털 등 헤지펀드를 위해 주식 거래를 제한한 것이 아니냐”고 힐문했다. 테네브 설립자는 머스크 CEO의 질문에 “그런 소문은 거짓”이라며 “시타델캐피털은 이번 일과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테네브 설립자가 의혹을 부인했지만, 지난주 게임스톱 거래 제한으로 분노한 개미 군단은 이미 법정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전역의 지방법원에서 최소 33건의 집단 소송이 제기됐으며 대부분 로빈후드에 소비자보호법과 증권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전문가들은 승소 가능성을 크게 보지는 않지만, 로빈후드의 핵심 고객인 개미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좋지 못한 신호다.

미국 의회는 청문회를 예고해 로빈후드의 부담을 가중했다. 상원 은행위원회와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위원장은 각각 공매도와 헤지펀드에 관한 청문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테네브 설립자가 18일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게임스톱 거래 제한에 대해 증언할 것”이라고 전했다.

로빈후드가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자 5월 IPO 계획은 불투명해졌다. 지난해 9월 로빈후드의 기업가치는 117억 달러로 책정되며 올해 상반기 IPO 기대주로 부상했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로빈후드의 변동성으로 거래 파트너들이 우려를 제기했다”며 “한 파트너사는 미국 중앙예탁기관(DTCC)에 전화를 걸어 로빈후드의 안정성에 관해 물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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