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 자산 가치 낮추라는 압박도
앞서 직원 내부고발로 증권거래위원회 조사도 진행 중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엑손모빌이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압박 속에 이사회 구성원을 교체하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는 현재 최소한 한 명의 이사를 신규 선임할 계획이며, 행동주의 헤지펀드 D.E.쇼와 회사 경영 방향에 대해 논의 중이다. 이러한 가운데 또 다른 행동주의 펀드인 엔진넘버원은 엑손모빌 이사회 4석을 놓고 경쟁할 준비가 됐다고 이날 밝히기도 했다.
엑손모빌은 성명을 내고 “향후 몇 주간 주주들을 대상으로 지속 가능한 회사 가치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을 업데이트할 것”이라며 “탄소 배출량 감축의 핵심인 기술의 사업화와 파리 기후변화협정에 따른 사회적 목표 달성 등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정보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엑손모빌은 관련 내용을 다음 주 실적 발표와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엑손모빌이 4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회사 역사상 가장 긴 적자 상태로 기록된다. 회사는 작년 3분기에만 6억8000만 달러(약 7596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앞서 15일 회사는 핵심 석유·가스 자산 가격을 부풀렸다는 직원의 내부고발로 인해 SEC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2017년 회사가 66억 달러에 매입한 델라웨어 토지 가격이 이듬해 600억 달러로 평가됐는데, 평가를 담당하는 직원이 2019년 다시 400억 달러로 하향 조정하자 개발 책임자가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다. 당시 평가를 맡았던 내부 고발자는 시추 기간이 2018년 예상치보다 더 오래 걸리는 것으로 판단돼 자산 가치를 낮췄지만, 책임자는 가격 하락분에 대해 재평가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WSJ는 “엑손모빌의 주가는 지난해 약 30% 하락했고, 이에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자본 지출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며 “회사는 엔진넘버원과 논의를 했지만, 합의하지 못했고 향후 이사회 후보 추천을 놓고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