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영이 던진 화두 "피해자·가해자다움은 없다"…바뀔 수 있을까

입력 2021-01-2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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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가해 무릅쓰고 용기 내 발언
정치권 "위로와 존중" 잇단 연대
전문가 "성범죄 일반 상식 뒤집어"

▲정의당 의원들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 피해자인 장혜영 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포스트 심상정’이라 불리던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가 성추행으로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피해자인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다움도 가해자다움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정치권에 화두를 던졌다. 전문가들은 장 의원의 메시지가 성범죄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을 뒤집은 것이라며 편견을 깨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25일 김 전 대표의 성추행 사실이 공개된 후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다움과 가해자다움은 없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의 발언은 ‘피의자다움’을 요구해 온 사회적 편견을 깨는 큰 울림으로 다가갔다. 과거 성범죄 사건에 만연했던 피해자다움이나 가해자다움을 전면으로 지적했기 때문이다.

장 의원의 발언은 성범죄 사건마다 불거졌던 2차 가해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낸 용기 있는 지적에 가까웠다. 실제 정의당 당원 게시판에는 2차 가해나 다름없는 발언이 계속 올라오는 중이다. 장 의원 “피해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저에게 닥쳐올 부당한 2차 가해가 참으로 두렵다”고 말했지만 “그보다 두려운 것은 저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이라며 피해 사실 공개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일부 지지자들은 장 의원을 향해 성원을 보냈다. 정치권에서도 연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26일 “장 의원의 마음을 헤아릴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며 “다시 한번 연대와 지지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도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장 의원에게 위로와 존중, 그리고 연대의 마음을 보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 의원이 던진 메시지가 성범죄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을 뒤집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한국여성연구원 교수는 “편견이지만 합리적 판단 기준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피해자다움과 가해자다움”이라며 “왜곡된 인식이었던 걸 환기하는 중요한 대목이 됐다”고 말했다. 이은의 변호사는 “굉장한 권력 차가 있어야 어떤 일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는데 성범죄 상황들은 상대적인 것”이라며 “나는 아닐 거라고 쉽게 생각하고 자성하지 않는 부분들을 돌아보게 하는 발언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성범죄를 바라보는 인식이 변화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허 교수는 “정당 내부나 정치 전반에 있어서 존엄하게 상대를 대우할 줄 몰라 성적 대상으로 보고 순간적으로 자신의 욕망 대상으로 보는 걸 중단하는데 기여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피해자다움과 가해자다움만 강조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편견을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가장 중요한 해결책 중 하나가 성폭력 범죄에 대한 편견, 오해, 잘못된 인식, 고정관념을 걷어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도 “피해자가 말을 해서 평온을 헤쳤다는 식의 왜곡된 인식이 있는 것 같다”며 “각자 자기 안위만 생각하는 이기심을 내려놓고 모두의 안녕과 평안을 돌아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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