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성추행’ 스스로 밝힌 정의당, 형사처벌은 회피…덩달아 아픈 민주당

입력 2021-01-25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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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스스로 당대표 성비위 밝히고 사퇴시켜…피해자 형사처벌 원치 않아 구체적 행위 함구
민주당, 박원순 성추행 사태 대처와 비교되며 타격…야권 "정의당, 민주당과 다르다"
정춘숙 여가위원장 "당헌ㆍ당규상 성평등 조항 실질화 노력 계기 삼아야…당내 성평등 교육 타이트하게 진행"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성추행 사건으로 사퇴하며 정의당이 창당 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25일 서울 여의도 정의당 당사의 모습. (연합뉴스)

정의당이 김종철 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으로 창당 9년 만에 존폐 위기에 놓였다.

정의당 내에서는 당 대표 사퇴로 끝날 일이 아니라 발전적 당 해체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강경 발언이 나오고 있다.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 당 부대표는 25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김 전 대표가 15일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정의당은 해당 기자회견 전에 대표단 회의를 열어 당 징계절차인 중앙당기위원회 제소를 결정해 당규에 따라 김 전 대표를 직위 해제했다.

김 전 대표는 이후 입장문을 통해 “지난 15일 저녁 식사 후 차량을 대기하던 중 피해자가 원치 않고 전혀 동의도 없는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행함으로써 명백한 성추행의 가해를 저질렀다”고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며 스스로 엄중 징계를 요청했다.

피해자인 장 의원도 입장문을 내고 “함께 젠더 폭력 근절을 외쳐왔던 정치적 동지이자 마음 깊이 신뢰하던 우리 당 대표로부터 평등한 인간으로서 존엄을 훼손당하는 충격과 고통은 실로 컸다”고 심정을 밝히며 “만약 피해자인 저와 국회의원인 저를 분리해 영원히 피해 사실을 감추고 살아간다면 저는 거꾸로 이 사건에 영원히 갇혀버렸을 것”이라고 스스로 피해 당사자임을 공개한 배경을 설명했다.

정의당은 향후 대책을 고심 중이지만, 김 대표에 대해 제명 등 당 징계 외에 형사처분까진 어려울 전망이다. 피해 당사자인 장 의원은 입장문에서 “가해자는 모든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모든 정치적 책임을 받아들였다”고만 언급해 법적 책임을 거론치 않았다. 당 차원에서도 정호진 대변인이 “피해자 의사에 따라 형사고소하지 않고 당 차원에서 공동체적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물론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조항은 지난 2013년 폐지돼 제3자의 고발로 수사는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김 대표와 장 의원, 정의당 모두 구체적인 행위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는 상황이라 수사가 시작되더라도 진술을 거부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형사처벌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김진표 공천관리위원장, 전혜숙 부위원장 등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4ㆍ7재보선 공천관리위원회의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추행 사태로 정의당은 당원들이 ‘해체’까지 거론해 존폐 기로에 섰다. 정의당 당원 게시판에는 “집행부 전부 사퇴해야 한다”, “앞으로 당원으로서 정의당을 지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당 대표가 저리했으면 당 해산해야 하는 것 아니냐” 등 격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정의당이 성폭력 근절을 핵심의제로 삼고 정치권의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강경한 목소리를 내 왔던 점에서 이번 사건은 당 존립에 치명상을 안게 됐다.

더불어민주당도 덩달아 타격을 입게 됐다. 같은 진보 진영으로 묶인 데다 당내 성 비위 대처 차이가 부각돼서다. 단적인 예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이다. 당시 민주당은 박 전 시장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 칭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더구나 당 소속 인사의 비위 혐의로 선출직이 궐위되면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을 고쳐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후보들이 직접 나서 정의당 대처를 호평하고 민주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먼저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정의당의 대응만큼은 매우 적절했다”며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낙인찍어 집단적 2차가해를 저지를 민주당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오신환 전 의원도 입장문을 통해 “정의당은 원칙을 택했다”며 “피해호소인 운운하며 은폐 축소에 급급하고, 가해자에 피소사실을 알리고, 거짓말과 함께 악어의 눈물을 흘리고, 무공천 약속을 뒤집으며 당 전체가 2차, 3차, 4차 가해를 가한 민주당과 비교되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사태에 대해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인 정춘숙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누구는 그럴 리가 없다는 예외가 없다는 걸 보여준 사건이고, 각 당의 당헌ㆍ당규상 성평등 조항이 실제로 작동하도록 노력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자당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성평등 교육을 타이트하게 진행하고 있고, 성범죄 이력이 있는 경우 공천에서 완전 배제시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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