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23.8%·육계 11.7% 올라…장기화하면 피해 커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살처분되는 닭과 오리가 2100만 마리를 넘어서고 있다. 이 때문에 달걀과 육계 가격이 상승하면서 업계와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피해액이 1조 원에 달하며 막대한 손해를 끼쳤던 2016년 AI 발생 당시에는 3800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AI가 장기화할 경우 그때와 마찬가지로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AI 첫 발생 이후 지금까지 살처분한 닭과 오리 등 가금류는 24일 자정 기준 2179만6000마리에 달한다.
가장 많이 살처분한 종은 알을 낳는 산란계로 139개 농가에서 1100만3000마리를 살처분했다. 이어 고기로 사용하는 육계가 78개 농가 563만1000마리가 살처분됐다.
특히 두 종은 달걀 가격과 닭고기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앞으로 가격 인상이 계속될 전망이다.
달걀 가격은 이미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22일 기준 특란 10개 가격은 2203원으로 평년보다 23.8%가 오른 상태다. 하지만 30개 한판으로 환산하면 6609원으로 4000원대 중반이었던 기존 가격을 고려하면 인상폭이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설을 앞두고 가격이 더욱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가격 안정을 위해 미국산 신선란 60톤을 들여와 26일 공매 입찰을 통해 시중에 푼다는 계획이다. 신선란 수입을 위해 6월 말까지 관세도 면제하기로 했다.
닭고기 가격도 불안하다. 육계 소비자가격은 22일 기준 ㎏당 5859원으로 한 달 전보다 13.9% 뛰었다. 평년과 비교해도 11.7%가 오른 가격이다. 육계 가격이 오르면 치킨을 비롯한 각종 닭 가공식품 가격 인상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육계 사육은 산란계 농가보다 시설의 자동화로 사람 출입이 최소화돼 있어 아직은 AI 피해가 산란계만큼 크지 않고, 알에서 부화한 후 35일 정도면 시중에 출하될 정도로 회전이 빨라서 수급 대처도 빠른 편이다.
여기에 아직은 재고가 충분히 남아 있어 큰 가격 인상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달걀 가격이 불안하지만, 수입 달걀이 풀리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것"이라며 "육계는 공급 여력이 충분한 만큼 가격이 더이상 오르지 않도록 최대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AI가 장기화해 살처분 마릿수가 늘어나면 달걀과 닭고기 모두 안심할 수 없다.
AI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외부 차량 통제와 축사 안팎 소독, 장화 갈아신기 등 방역 복장 철저인데 이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야생 조류가 AI 바이러스를 여기저기 옮기고 있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AI 방역은 지금이 분수령이기 때문에 농가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