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영 "인간 존엄 훼손당하는 충격과 고통 실로 커…일상으로 돌아가겠다"

입력 2021-01-2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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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9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종철 정의당 대표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25일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당 대표직에서 전격 사퇴한 것과 관련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훼손당하는 충격과 고통은 실로 컸다"고 밝혔다.

장혜영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이 글을 통해 제가 이번 사건의 피해자임을 밝힌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혜영 의원은 "함께 젠더폭력근절을 외쳐왔던 정치적 동지이자 마음 깊이 신뢰하던 우리 당의 대표로부터 저의 평등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훼손당하는 충격과 고통은 실로 컸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공개적 책임을 묻기로 마음먹은 것은 이것이 저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자, 제가 깊이 사랑하며 몸담고 있는 정의당이 우리 사회를 위하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혜영 의원은 "피해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저에게 닥쳐올 부당한 2차 가해가 참으로 두렵지만, 그보다 두려운 것은 저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이라며 "만일 피해자인 저와 국회의원인 저를 분리해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영원히 피해 사실을 감추고 살아간다면, 저는 거꾸로 이 사건에 영원히 갇혀버릴 것이다. 그렇기에 저는 제가 겪은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 문제로부터 진정 자유로워지고자 하고 그렇게 정치라는 저의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장혜영 의원은 "이번 사건을 겪으며 깊이 깨달은 것들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다움’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어떤 여성이라도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제가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은 결코 제가 피해자가 될 수 없음을 의미하지 않으며, 성폭력을 저지르는 가해자들이 어디에나 존재하는 한, 누구라도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피해자는 어떤 모습으로나 존재할 수 있다. 저는 사건 발생 당시부터 지금까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속으로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고 토론회에 참석하고 회의를 주재했고, 사람들은 저의 피해를 눈치채지 못했다. 피해자의 정해진 모습은 없으며, 피해자는 여러분 곁에 평범하게 존재하는 모든 여성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피해자들은 여전히 자신의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처절히 싸우고 있다. 모든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며 "모든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그 길에 끝까지 함께해달라. 우리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동료 시민들의 훼손된 존엄을 지키는 길에 함께해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의당은 이날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사건으로 김종철 대표를 직위 해제했다고 밝혔다.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 부대표는 25일 "피해자인 장혜영 의원은 고심 끝에 1월 18일 젠더인권본부장인 제게 해당 사건을 알렸고, 이후 수차례 걸친 피해자·가해자 면담을 통해 조사를 진행했다"며 "정의당은 원칙적이고 단호하게 이 사건을 해결할 것이다. 피해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고 일상의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하면서, 가해자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가장 높은 수위로 엄중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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