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위탁보호 의무화, 20대 국회 정쟁에 묻혀

입력 2021-01-2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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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복지위원들, 기억도 못해

2017년, 여야 3당 모두 법안 발의…검토보고서에 '의무화' 구체적 제안
여야 정쟁 극성에 사회적 관심 적은 때라 제대로 심의도 안돼

▲10일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대한민국 민주주의 지수가 아시아에서 1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에선 23위, OECD 22위를 기록했지만 민주주의 체제는 '불완전'하다고 평가됐다. (제공=국회)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여당이 입양 절차에 사전위탁보호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이미 전임 20대 국회 때 제안됐지만, 여야 정쟁에 묻혔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전위탁보호제는 예비 입양 가정에 아동을 일정 기간 위탁해 적응토록 하는 제도다. 현재는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입양기관 판단에 따라 관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동학대 등 문제가 발생해도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이는 사실 해묵은 문제라 전임 20대 국회 당시에도 관련 법안들이 발의된 바 있다. 사전위탁보호제를 법원 판단에 따라 시행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사후관리를 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난 2017년 주요 3당인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에서 각기 금태섭·윤상직·최도자 전 의원이 이 같은 유사한 내용의 입양특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들의 검토보고서를 보면 법무부는 ‘아동쇼핑’을 언급하며 반대를 표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필요성을 인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즉, 주요 3당 모두 발의하고 전문위원 및 관계기관도 동감했다는 의미다.

더구나 현재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의무화 또한 이미 제안됐다. 금태섭 전 의원 법안에 대한 석영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를 보면 “입양 과정에서 공적 개입을 강화하고 예비 양부모의 적격성 판단을 더욱 엄격하게 하고자 하는 취지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그렇다면 임시인도결정은 입양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으로 제도화하는 방향에 대해서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인 예시를 들기도 했다. 검토보고서는 “예를 들면 입양허가를 신청한 자에 대해 충분한 사전조사와 전문가 조회 등을 거치고 입양허가에 대해 어느 정도 긍정적인 판단이 가능한 경우 입양 허가 전 마지막 단계로서 임시인도결정을 하고 그 기간 중에도 문제가 없는 경우에 최종 허가를 하는 등의 방식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법안들이 심의됐다면 검토보고서에 실린 의무화 방안도 고려됐을 것이라 추측된다. 금태섭 전 의원의 법안은 2017년 8월 23일 복지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소위에 회부됐다. 이제야 추진하는 사전위탁보호제 의무화가 4년 전에 조치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사회적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수정안 통과를 요구하는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 회원 등과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 법안들은 소위에서 제대로 거론되지도 못했다. 여야 간에 특별한 이견도 없었지만 민생법안들을 모두 챙길 여력이 없었다는 게 당시 의원들의 전언이다. 그즈음에 사회적참사특별법이 여권 주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통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개헌과 정치개혁이 아젠다로 떠오르며 여야 정쟁이 치열하던 때라 법안 심의 시간이 촉박했다는 것이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이들 중 한 명인 윤상직 전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그때는 패스트트랙 등 여러 쟁점들이 많아 법안들의 심의가 제대로 안 됐다”며 “또 입양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떨어졌던 때라 법안 심사가 아예 진행되지 않았었다”고 회상했다.

법안 심의를 맡았던 당시 복지위원들은 기억도 하지 못했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해당 법안이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간사나 소위원장을 맡았던 것도 아니라서 여야 협상테이블에 올랐는지도 알지 못한다”고 했고,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도 통화에서 “법안이 하도 많아서 보통 여야 합의 안건만 제대로 심의하다 보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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