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비수도권 토지자산만큼 출렁이기도
작년 말에 비해 원-달러 환율이 57%가량 상승한 가운데, 달러로 환산한 우리나라의 국가 자산도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 2조5천억 달러 이상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0월 환율이 하루 최고 17%나 급등락한 것을 감안하면 이날에만 우리나라의 총 자산은 비수도권 토지자산에 해당하는 1천112조 원이 늘었다 줄었다 한 셈이다.
7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총 국가자산은 6천543조 원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는 전국의 토지가 절반 가량(50.8%)을 차지하며 각종 건물과 사회간접자본(SOC), 운송.설비 등 유형고정자산 비중(40.1%)도 꽤 크다.
소유주가 민간이든 정부든 할 것 없이 땅과 지하자원, 이미 생산된 소비재.내구재, 입목 등 금융분야를 제외한 모든 국가자산 가운데 토지와 부속건물.시설 등이 90% 이상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국가자산은 원화로 계산했을 때 매년 소폭 증가하지만 달러로 환산하면 올해는 큰 폭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작년 말의 자산 6천543조 원이 당시 환율인 달러당 936.10원을 적용하면 6조9천896억 달러가 되지만 이달 5일의 환율 1,475.50원으로 하면 4조4천344억 달러 밖에 안돼 2조5천551억 달러, 36.5%나 감소한다.
이는 이 기간 원-달러 환율이 57.6%나 상승하면서 원화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국제무대에서 상대적으로 견실한 우리 경제가 이처럼 저평가 받고 있다는 점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특히 최근 시장의 환율 등락폭도 매우 커져 자산가치를 놓고 비교해보면 얼토당토않은 현상이 수시로 벌어진다.
지난 10월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일중 변동폭은 235.00원으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컸다. 비율로 따지면 17%나 된다.
우리나라 총 자산을 달러로 계산했을 때 하루에만 17%가 변동했다면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의 토지자산만큼이 하루에 출렁거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원화 금액으로는 1천112조 원이나 된다.
우리나라 전국의 토지자산은 수도권 비중이 65.9%, 비수도권이 34.1%이며 토지가 전체 자산의 절반가량이므로 비수도권 토지자산은 전체 국가자산의 17%가량 된다.
계산을 단순화시켜 우리나라의 전체 자산을 달러로 계산해 사고파는 계약을 한다고 가정할 경우 비수도권 전체의 토지자산만큼이 순전히 환율 변동에 따라 들쭉날쭉한 것이다.
환율 변동폭은 지난 8월 하루평균 6.90원이던 것이 9월에는 24.70원으로 커졌고 10월 초에는 50원대를 넘어서는 등 시장이 불안정해지면 확대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환율이 하루에 수십 원, 이것도 모자라 수백 원씩 움직인다는 것은 도저히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거래량이 줄어 시장이 작은 물량에도 크게 움직이고 돈이 잘 흐르지 않는 경색이 나타나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해석했다.
환율 요인 외에 최근 국내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고 주식시장도 약세를 면치 못하는 등 전반적인 자산 디플레 현상도 진행되고 있어 달러 보유자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자산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싼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 관계자는 "환율도 오른데다 국내 자산가치도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해외 동포들이 국내 자산 구입에 관심을 많이 두고 있다"면서 "금융위기가 극복되면 이 같은 비정상적인 흐름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