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코스피지수가 6일 장중 사상 처음으로 3000을 넘었다. 코스피는 이날 개장 초 3027.16으로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가, 단기급등에 따른 조정으로 전날(2990.57)보다 22.36p 내린 2968.21에 마감했다. 2007년 7월 25일 2000을 넘은 이후 13년 5개월여 만에 3000 고지를 밟은 것이다.
코스피는 작년 한 해 동안 30% 이상 올랐고, 특히 지난해 12월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시중 유동성이 주식에 몰려 시장을 달궜다.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작년 말과 연초에 개인들은 매일 1조 원가량을 순매수했다. 외국인들과 기관들이 이익실현을 위해 물량을 쏟아냈지만 개인들이 이를 받아내고 있다.
경기가 계속 가라앉는 가운데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는 건 그나마 반갑고 고무적이다.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규모 유동성이 공급됐고, 초저금리 추세로 증시 주변의 돈이 넘쳐난다. 투자자들의 대기자금인 증권사예탁금이 68조 원을 넘어, 1년 전의 2배 이상이다. 백신 공급으로 코로나19 통제와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세금과 대출 등의 전방위 규제가 부동산에 대한 리스크를 키워 증시에 돈을 몰리게 한다. 반도체를 비롯한 IT(정보기술)와 배터리, 바이오 등 상승장을 주도하는 주식의 미래 성장성도 높다.
그러나 최근 증시가 과열을 빚고 거품이 끼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개인의 주식 매수가 빚으로 이뤄지고 있는 데다, 경제 펀더멘털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에서다. 개인들이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돈(신용융자잔고)이 20조 원에 육박한다. 1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빚투’(빚내서 투자)의 세태를 반영한다.
경기는 최악이다. 기업실적과 경기가 떠받치는 주식시장이 아니라 불안한 유동성 장세다. 거품에 대한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실물과 금융 간 괴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했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부채가 많아 작은 충격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고, 올해 금융시장의 잠재 리스크가 본격화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물 경제의 뒷받침 없이 과잉 유동성이 만드는 증시 과열은 거품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주가수익비율(PER), 수출대비 주가 등의 지표도 과열 신호를 내놓고 있다. 코로나 충격으로 올해 국내 기업들의 신용 경색이 가시화하면서 증시 활황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지금 주식시장의 주도 세력인 개인들은 외국인들이나 기관들에 비해 늘 정보가 달리고 위험회피 수단도 부족하다. 글로벌 경제 변수에 따른 외국인의 움직임이 특히 큰 변수다. 증시 변동성 확대에 따른 투자자 위험의 증대, 이로 인한 금융 혼란의 대비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