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첫 한국계 연방검사장, 트럼프 녹취록 보도 후 돌연 사임

입력 2021-01-06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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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네버 트럼퍼 연방검사있다” 발언 뒤 물러나

▲박병진 미국 조지아주 북부 연방검사장이 2019년 8월 13일(현지시간) 애틀랜타에서 기자회견장에 들어가고 있다. 박 검사장은 5일 갑작스럽게 사임했다. 애틀랜타/AP뉴시스
상원의원 결선투표가 진행 중인 조지아주에서 한국계 연방검사장이 갑작스럽게 사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조지아주 부정선거 주장 녹취록이 공개된 직후 그가 물러나자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5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지 언론인 AJC에 따르면 박병진(미국명 BJay Pak) 조지아 북부지역 연방검사장은 전날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성명에서 “검사장으로 시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었던 것은 가장 큰 영광이었다”며 “사려 깊고 일관되며 공정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정의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이어 “봉사할 기회를 주신 트럼프 대통령과 상원,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1일에는 찰스 필러 조지아주 중부지역 연방검사장이 사임했는데, 한 달 새 연방검사장이 잇달아 사임한 것을 두고 그 배경에 이목이 쏠렸다.

온라인 매체 토킹포인츠메모(TPM)는 박 연방검사장이 전날 ‘예기치 못한 상황’이 사임 원인이라고 전한 메모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까지 재직할 예정이었지만, 구체적인 이유를 알리지 않은 채 물러났다.

다만 주목할 만한 점은 트럼프 대통령과 브래드 래펜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의 통화 녹취록이 보도된 다음 날 그가 사임했다는 것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아주에서 부정선거가 발생하고 있다며 “트럼프를 반대하는(네버 트럼퍼·Never-Trumper) 연방검사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염두에 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대통령은 풀턴카운티와 애틀랜타에서 부정선거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목했는데 이곳은 박 검사장의 담당 지역이다.

9살 때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박 검사장은 일리노이대 법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검사와 소송 담당 변호사로 일했다. 2011년부터는 세 차례 조지아주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2017년 10월부터 연방검사장을 맡았다. 한국계 연방검사장은 그가 최초였다. 그는 조지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될 정도로 촉망받는 인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박 검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뒤 조지아주 남부지역의 연방검사장인 바비 크리스틴에 북부 연방검사장을 대행하도록 했다. 보통 공석이 생기면 해당 검찰청 내 인사가 대행을 맡도록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지역의 검사장에 맡긴 것이다. 크리스틴 검사장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캠프에 2800달러(약 305만 원)를 기부한 지지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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