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세계 증시, 방역ㆍ산업 지도가 보인다

입력 2021-01-0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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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는 세계 증시에 ‘방역’이라는 시장 화두를 던졌다. 불확실성 요인에서부터 경기 회복 방향을 안내해주는 나침반 역할 등 방역의 중요성이 커지면서다. 이에 코로나 방역 수준이 양호한 국가는 빠르게 연저점을 회복하기도 했지만, 변이 바이러스로 난항을 겪는 유럽 지역은 여전히 2019년 말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곳도 있었다.

또한, 코로나19는 글로벌 시총 풍경도 바꿨다. 테크 섹터 안에서도 언텍트와 컨택트 간 격차가 벌어졌다. 지난해 데이터 센터, 이커머스 등 언텍트 관련주와 재생에너지 관련 인프라 산업이 높은 수익률을 내면서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았다.

증시 보면 코로나 방역 지도 보여

(자료제공=한국거래소)

지난해 한국 증시가 주요 20개국(G20)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코로나19 후폭풍을 이겨냈다. 한국거래소가 발간한 ‘2020년 우리 증시 주요 특징 및 성과’에 따르면, G20 국가 중 한국 증시는 코로나19 여파에 최저점을 기록한 이후 가장 빠르게 전년 말 수준으로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와 코스닥 각각 118일, 50일 걸린 것으로 집계됐다.

그 뒤를 아르헨티나(76일), 터키(91일), 중국(101일), 미국(158일), 일본(214일), 인도(227일) 등이 이었다. 블룸버그와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한국, 중국, 미국, 인도 4개국의 경우, MSCI 전 세계 지수의 수익률을 웃도는 6개국에 속하기도 했다.

거래소는 다른 국가 대비 월등히 적은 코로나19 확진자 수(작년 12월 30일 기준)가 한국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했다. 실제 한국은 인구 100만 명당 확진자 수(1125명)가 G20 국가 중 3번째로 적었다. 최저점 이후 증시 상승률은 97%로 상위권(2위)을 차지했다.

반면, 유럽 증시는 변이 바이러스에 여전히 고전을 겪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와 EU, 영국, 이탈리아 등은 전년 말 지수를 회복하지 못하면서 장을 마쳤다.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의 경우, G20 국가 인구 100만 명 당 평균 확진자 수(1만8744명)를 뛰어넘는 3만 명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실제 수익률도 부진했다. MSCI 전 세계 지수에 포함되는 17개 유럽 국가 중 11개국이 지난해 마이너스 수익률(MSCI 기준)을 기록했다. 핵심 경제국인 독일 증시 마저 연초대비 하락세(-0.9%)를 나타냈다. 이 밖에도 그리스, 벨기에, 영국, 폴란드, 스페인, 헝가리 등이 10% 넘게 떨어졌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유럽 증시는 올해 가장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며 “유럽 내 코로나19 재확산에 브렉시트와 관련한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유럽중앙은행의 정책과 백신 개발에 따른 투자심리의 반전은 유로존 증시의 추가적인 차별화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테크·인프라, 시총 풍경 바꾸다

코로나19 확산에 세계 증시는 테크(Technology) 섹터를 중심으로 재편됐다. 데이터 센터, 인프라, 산업(물류) 분야가 대표적이다. 성장주 선호 현상도 뚜렷해졌다. 지난해 미국 7대 테크기업들이 불린 시가총액이 3조 4000억 달러(약 3700조 원)에 달한다.

블룸버그와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지난달 15일 기준), S&P 500지수 업종 내에서도 IT는 가장 높은 상승률(35.4%)을 기록했다. 자유소비재(27.7%), 커뮤니케이션(21.8%), 헬스케어(9.3%) 등이 뒤따랐다. 내년 경기 반등과 인프라 투자 기대감에 힘입어 소재 업종(15.1%)도 지수 수익률을 상회했다.

백찬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P 500지수 내 상승률 상위 기업들은 2020년의 사회상을 여실히 반영했다”며 “칩세트 수요 확대와 M&A 이슈 그리고 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 트렌드 확산 등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5대 IT기술주인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은 시가총액 상위권을 장악했다. 지난해 애플은 미국 상장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돌파했다. 주가도 지난 한 해 동안 81% 급등했다. 애플의 뒤를 아마존(7100억 달러 증가), 마이크로소프트(4800억 달러 증가), 알파벳(2680억 달러 증가), 페이스북(1930억 달러 증가)이 이었다.

국내에선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산업이 급성장세다. 삼성SDI(19위→8위)와 카카오(20위→10위)가 10위권에 진입했다. 그린뉴딜 수혜감이 더해진 LG화학은 시총 9위에서 4위로 올라섰다. 반면, 2019년 말 10위 안에 있던 현대모비스, 포스코는 각각 14위, 15위로 밀려났다.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도 테크 강세를 잘 말해 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가 전체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점유하는 비중은 24.42%로 우선주까지 포함하면 27.47%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코스피200에선 전체 시가총액의 33.31%를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셈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시총 1위인 삼성전자의 시총 비중은 12%대에 그쳤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이후 언텍트, 자율주행, 친환경 기술 수요 증가는 HPC, 스마트폰, 전장 부문(Automotive) 등에서 저전력 7nm 이하의 반도체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면서 “1등 기업인 TSMC 혼자서 해당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기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업들도 ITㆍ인프라 중심의 산업 재편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현대기아차 그룹주와 포스코도 역경을 딛고 미래 먹거리 발굴에 돌입했다. 현대차의 경우, 전기ㆍ수소차 산업 등뿐만 아니라 로봇산업에도 뛰어들고 있다. 포스코도 수소 사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소재 강화에 나섰다.

중국 시장도 마찬가지다. 중국 증시를 대표하는 CSI 300에서도 테크와 산업재, 인프라 기업에 돈이 몰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업체 BYD 주가는 지난 한 해 동안 359% 올랐다. 이 밖에 장성자동차와 리튬업체인 이브에너지, 태양광 에너지 기업인 룽지도 CSI 300 수익률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2021년 산업 전망 기상도. (자료제공=삼정KPMG경제연구원)

한편, IT·인프라 산업 전망도 긍정적이다.

삼정KPMG가 발간한 ‘2021년 국내 주요 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정유·화학·게임·미디어는 올해 유망 산업으로도 꼽힌다. 이 밖에도 디스플레이와 휴대폰·자동차·제약·바이오·유통·에너지·유틸리티 등도 일부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2021년 본격적으로 열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체질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디지털 경제 가속화에 따른 전략을 체계화하며 변화하는 소비 패턴에 따른 고객 경험 전략을 재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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