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 코로나보다 쓰레기로 훅간다

입력 2020-12-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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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정치팀장

 세계은행은 2년 전 보고서 하나를 냈다. 보고서는 전 세계 쓰레기 배출량이 2016년 20억 톤(t)에서 2050년 34억 톤으로 70%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유는 도시화와 인구 증가다.

하지만 전망 보고서를 다시 써야 할 판이다. 쓰레기 증가 이유와 속도가 모두 달라져서다. 변수는 ‘코로나19’. 코로나19로 급증하고 있는 쓰레기가 어느덧 일상 속 불편한 진실로 자리잡았다.

안 그래도 골머리를 앓는 상황에서 이제는 진퇴양난(進退兩難)이다. 매립지가 부족해 빠른 속도로 산처럼 솟아만 가는 쓰레기 더미들, 갈 곳을 잃은 쓰레기들이 바다를 더럽히고 온실가스를 급증시키는,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이미 전국에 산처럼 쌓인 불법 쓰레기 더미만 120만 톤에 달한다고 한다. 이것도 작년 기준이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인 1명이 매년 버리는 플라스틱 쓰레기 양은 88kg으로 세계 3위였다.

설상가상으로 수도권 쓰레기를 담당해왔던 인천시가 2025년 이후 수도권매립지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950톤의 일반 쓰레기를 수도권매립지로 보내 처리해왔지만, 5년 뒤에는 큰일이다. 현재는 1000톤을 훌쩍 넘었을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 들어선 코로나19로 8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4% 증가했다. 음식 주문 건수는 1년 전보다 30%가량 증가했으며, 이로 인한 플라스틱 배출량도 60% 이상 급증했다고 한다.

우리는 무언가 잘못돼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만, 그렇다고 해결할 방법도 잘 모른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불필요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포장과 배달을 줄일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선 법에 의한 강제성이 불가피하다.

과거에도 우리는 경험한 바 있다. 25년 전 쓰레기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쓰레기 종량세를 실시했던 때를 기억할 것이다. 종량제 시행 1년 만에 연 600만 톤의 쓰레기가 줄어든 효과를 보기도 했다.

당시엔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생존을 위해 더 현실적인 틀이 불가피해졌다.

미국 및 유럽의 환경 선진국들은 이미 쓰레기 줄이기를 위해 법적 틀을 갖춰 나가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올 1월 해양쓰레기 처리 문제를 위한 법안(Save Our Seas 2.0 Act)을 통과시켰다. 또 유럽의회는 내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금지한다. 빨대, 면봉, 등 재활용이 되지 않는 플라스틱 사용을 법으로 막겠다는 것이다. EU에서 배출되는 플라스틱 포장 쓰레기는 연간 약 1600만 톤 규모로 추산된다.

앞서 프랑스는 2016년 남은 음식을 포장해가는 도기백(doggy bag)을 의무화했다. 한 해 100만 톤 가까운 음식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다. 실제 전 세계 쓰레기의 40% 이상이 음식물쓰레기다.

21대 정기국회에선 공수처법 개정안, 국정원법 개정안 등이 쟁점 법안이었다. 물론 권력기관 개혁 입법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시급한 건 가까운 미래에 우리의 숨통을 조여올 환경 개선을 위한 법적 틀이다. 해양쓰레기 문제만 봐도 미국과 달리 우리는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하는 게 전부다.

쓰레기 더미에 파묻힌 지구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환경과 생명체를 동시에 위협하는 거대한 쓰레기에 맞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신음하는 지구를 살리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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