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대한민국-대안] “치열한 의사결정 과정 거치되 결과엔 승복해야”

입력 2020-12-2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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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사법화는 정치의 사법화에 기인한다. 그런 점에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치권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정치적 합의의 이행력을 높이기 위한 의사결정 과정의 정당성 확보와 정치지도자 내지는 정책결정자의 리더십 확보, 작은 승리에도 만족하는 태도가 그것이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경기대 부총장)는 “촛불혁명에서 문재인 정부는 전 국민의 지지로 출범했지만, 결과는 국민의 승리가 아닌 진보의 승리가 됐다”며 “통합정부를 내세웠다면 적어도 중도층까진 포용하고, 인사·정책 등 국정운영 전반에서 밀어붙이기를 지양했어야 했는데, 모든 국정운영이 특정 방향을 겨냥하고 갔다”고 지적했다.

특히 “다양성을 인정하고, 치열한 논의가 진행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결정된 정책은 ‘사회적 약속’으로 여겨 모두가 승복해야 하는데, 전제부터 잘못돼 불복과 갈등만 부추기게 됐다”며 “ 작은 승리에도 만족할 줄 알아야 하는데, ‘내가 이겼으니 다 얻어야겠다’는 욕심에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고, 그 과정에서 진영을 나누는 결과를 냈다”고 덧붙였다. 일방의 승리는 패자의 불복으로 이어지고, 갈등을 중재할 리더십이 없는 상황에서 패자는 사법을 통해 권리를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런 문제는 정치에서 시작돼 사회 전반의 문화로 일반화한 상황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련의 갈등이 갈라치기 정치의 소산이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친정권이냐 아니면 반정권이냐 하는 갈등”이라며 “현 정권이 여러 가지 갈라치기를 많이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 정권 문제는 굉장히 무서운 잣대로 들이대고 본인들은 절대 선이라고 행동한다”며 “갈라치기 정치를 하니 반대쪽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박상병 평론가도 “정치 영역의 갈등은 결국 진영싸움”이라며 “사회 모든 영역으로 확산·재생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치의 민주화가 심화·확산하지 못하고 진영싸움으로 귀착이 됐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선거제도, 시민사회, 정치문화, 헌법 등 갈등요소들을 뿌리부터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편 가르기와 일방통행식 의사결정이 근본적으론 정치체제에 따른 ‘본전 심리’에 기인한다는 점에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검찰은 검찰 조직문화를 없애고 개혁해야 하고 정계는 정치인들의 관행을 고쳐나가야 한다”며 “존중하고 이해하고 타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평론가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유발하는 제도를 바꿔야 한다며 “소선거구제 중심의 국회의원 선거제를 다수비례대표제와 중선거구제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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