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대한민국] 공공의대 설립에 의사단체 집단행동

입력 2020-12-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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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째 의·정 갈등, 해 넘길 듯 명분 부족에 ‘대화’ 대신 ‘투쟁’ 정책변동 경험에 또 ‘생명 담보’

▲한 산부인과 전문의가 지난 9월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앞에서 공공의대 철회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의·정 갈등이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총파업과 전공의 집단휴진, 의과대학 본과 4학년생들의 의사 국가시험(국시) 거부를 동반했던 1차 갈등은 9월 합의로 정부가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원(공공의대) 설립, 의과대학 정원 확대, 한방첩약 국민건강보험 급여화, 원격의료 추진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내년도 예산안에 공공의대 설립 예산이 반영되고, 의대생 국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합의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정부 보건의료정책에 반발해 의협은 8월 14일 총파업을 단행했다. 전공의들은 21일부터 집단휴진에 돌입했고, 의대 본과 4학년생들은 국시를 거부했다. 이후 4대 보건의료정책을 원점 재검토한다는 의·정 합의로 의협 총파업과 전공의 집단휴진은 끝났으나, 의대생 2726명이 끝내 실기시험을 치르지 않았다. 이후 의·정 갈등의 핵심은 의대생 구제 여부로 전환됐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권덕철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대생 구제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의·정 관계가 정상화한 건 아니다. 구제 방식이 확정되지 않았고, 9월 합의로 보류된 공공의대 설립이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돼서다.

의약분업과 공공의대 사태로 대표되는 의·정 갈등은 일반적인 이익단체의 대정부 투쟁과 다르다.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의사단체는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모든 행위가 공익을 위한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파업도 진행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특성은 정책 결정 과정에 선택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의약분업 때도 의협은 명분이 부족한 사안에 대해선 논의를 거부했다”며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투쟁의 명분을 잃는 것이기 때문에, 아예 협상을 거부하고 장외투쟁으로 요구를 관철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의협의 ‘명분 부족’은 모순된 이해관계에 기인한다. 자신들의 이익을 공익과 동일시하면서도, 의료서비스 제공은 시장논리에 맡기길 바란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사익을 배제한 정부의 명분에 논리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시장논리에 따른 대형병원 쏠림에 대해선 대책을 요구하면서 시장논리를 내세워 주치의제도를 거부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스스로 단순 이익단체가 아닌 정책 결정의 주요 참여자로 여긴다면, 더 큰 공익의 관점에서 의료체계를 어떻게 개선하는 게 좋을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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