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돈의 미래-2] ② 지는 트럼프 시대...달러 향배는

입력 2020-12-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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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인덱스 1년 새 6.5%↓
코로나 종식·경기회복 기대감에 ‘대표 안전자산’ 달러 약세 전망 우세

▲2020년 달러인덱스 추이. 24일 90.25. 출처 마켓워치
약(弱)달러의 수호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 달 뒤 백악관에서 물러난다. 트럼프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지만, 그가 지지하던 약달러 시대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년 새 6.5% 하락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약달러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약달러를 옹호해왔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미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무역 적자가 축소돼 자신의 핵심 정책인 미국 우선주의를 달성할 수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달러화 가치가 너무 비싸다”며 “그런 강(强)달러가 우리 경제를 죽이고 있다”고 발언하는 등 약달러 기조를 노골적으로 나타내왔다. 약달러 유지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지속해서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해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배짱도, 감각도, 비전도 없다”며 맹비난하기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퇴장이 강달러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은 ‘민주당=강달러’라는 공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집권하면 ‘강한 달러가 강한 국력을 보여준다’는 기조 아래 달러 가치가 상승했다. 민주당 소속인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집권 당시 달러인덱스가 20%가량 올랐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달러가 강세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감이 모이는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워프 스피드 프로젝트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D.C./UPI연합뉴스
재닛 옐런 재무장관 내정자의 등장도 강달러를 기대하는 요인 중 하나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다소 충동적이고 시장의 예상을 빗나가는 경향이 있었던 반면 옐런과 바이든은 일관적인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옐런 내정자가 연준 의장으로 재직할 당시 달러가 강세였던 점을 짚으며 약달러 시대가 끝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하더라도 코로나19 진정과 경제 회복 기대감이 남아있어 당분간은 약달러가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이 공급되기 시작하면서 코로나19 종식 기대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의 백신 접종자 수는 접종을 시작한 지 10일 만에 100만 명을 돌파했다. 연말까지 2000만 명 접종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워졌지만, 접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드존슨(J&J)의 백신이 추가로 승인을 받게 되면 백신 보급률은 빠르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 한해 경기 침체를 견인했던 코로나19 리스크가 줄어들면서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커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계 경제가 올해 마이너스(-) 4.2% 성장률을 기록하고 나서 내년에는 4.2%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10월에 나온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는 2020년 -4.4%, 2021년 5.2%다. 코로나19 이전의 수준을 당장 회복할 수는 없어도 큰 폭으로 V자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다. 달러는 대표적인 안전 자산으로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 약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어 경제가 전망대로 회복하면 약달러는 계속될 수 있다.

또 옐런 내정자는 연준 의장으로 재직할 때 통화 완화를 선호하는 ‘비둘기파’로 꼽혔다. 그는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을 때에도 기준금리를 가능한 점진적인 속도로 올리는 등 경기를 최대한 뒷받침하려 한 이력이 있다. 파월 의장도 당시 같은 비둘기파로 분류됐다. 따라서 옐런이 재무장관에 취임하면 파월 의장과 연준의 장기적인 제로 금리 유지 방침을 강력히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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