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칼럼] 세계 7대 불가사의는 상상과 동경의 산물

입력 2020-12-2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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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저술인협회장

세계 7대 불가사의라는 말은 오래 전부터 예술가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의 상상을 부추겼다. 특히 시간이 흐르면서 불가사의는 꼬리에 꼬리를 물어 엄청나게 과장되거나 상상으로 포장되어 갔다. 인간의 속성상 잡다 놓친 물고기가 항상 크게 느껴지듯이 실물을 보지 못한 불가사의의 경우 더욱 더 과장되게 마련이다. 공중정원을 하늘에 떠 있는 대형 건물로 생각했으며, 로도스 섬 청동 거상의 경우 두 다리 사이로 거대한 함선들이 통과하는 그림이 많은 예술가들에 의해 그려졌다.

이런 전설들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서는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사실 타임머신처럼 편리한 것은 없다. 과거나 미래, 어느 때로든 자신이 원하는 지점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세계 7대 불가사의를 모두 돌아보며 환상여행을 한다고 생각하자. 상상의 나래는 끝없이 펼쳐진다. 우선 바빌론의 공중정원에서 맥주를 마시며 밖을 바라보는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으며, 30층이나 되는 파로스 등대의 꼭대기에서 항구로 들어오는 수많은 배를 일일이 세어 볼 수도 있다. 그뿐 아니다. 기자의 피라미드가 건설되는 장면을 직접 보면서 그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제우스 신상을 제작하고 있는 유명한 조각가 페이디아스를 만날 수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라는 리디아의 왕 크로이소스가 만든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전에서 뽐내는 상인들도 볼 수 있고 로도스의 청동거상, 할리카르나소스 모솔 왕의 무덤을 보면서 고대인들이 품었던 정열과 믿음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타임머신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유적이 남아있지 않고 기록조차 미비한 과거의 기념물에 대한 이해는 아무리 과학이 발달했다 하더라도 단편적인 정보를 나름대로 해석한 것일 수밖에 없다. 진실과는 전혀 다른 상상물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세계 7대 불가사의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기념물에 대해 인간들은 왜 동경을 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인간들이 만들어 낸 기념물이기는 하지만, 인간들이 만들어 냈다고 생각하기에는 믿기 어려운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피라미드는 지구상에서 돌로 건설된 가장 위대한 건물이며 공중정원은 사막과도 같은 바빌론에서 중단 없이 물을 공급할 수 있는 경이스러운 작품이다. 파로스 섬의 등대는 피라미드를 제외하고 고대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며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전은 그 당시 건설되었던 모든 신전들에 비해 규모나 조각으로 압권이었다. 로도스 섬의 콜로서스는 당대에 가장 큰 청동상 중의 하나이며 마우솔레움은 알렉산더 대왕이 그 큰 규모와 조각에 감탄할 정도로 거대한 무덤이었다. 페이디아스가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올림피아의 제우스 신상은 그 당시 어떤 조각상보다도 인간에게 깊은 자부심을 심어 주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피라미드 하나만 빼곤 전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 7대 불가사의가 건립된 시대를 통틀어 본다면 불가사의로 선정된 기념물보다 더 거대하고 유명했던 기념물들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 명단이 확정되기까지 수많은 기념물들이 거론되었다가 제외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당대에 유명했던 유적들이 제외되고 최종적으로 7개 유적만 선정된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 기념물들이 다른 것들과는 달리 고대인들에게 꿈과 희망, 환상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현재 알려지는 세계 7대 불가사의는 기원전 225년경에 쓰였다고 여겨지는 필론(Pilon)의 글에 기초한다. 필론이 선정한 7가지를 원전으로 보는 것은 그 이전에도 불가사의라는 말을 하였지만 어느 누구도 7대 불가사의의 정확한 목록을 나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작자의 취향에 따라 세계 불가사의의 목록이 수시로 변경되었다는 뜻이다. 최종적으로 세계 7대 불가사의 목록은 르네상스 시대에 확정되는데 그 목록은 필론이 적은 것과 동일하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불가사의에 포함될 수 있는 기념물은 수없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왜 7개로 굳이 한정했을까 하는 것이다. 그것은 7이라는 숫자가 피타고라스가 거론한 완벽한 숫자이기 때문이다. 기원전 6세기에 이미 7은 신성한 숫자로 여겨졌다. 1개의 항성(태양)과 6개의 행성(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을 합한 숫자이기도 한 7은 당시의 우주를 표현하는 숫자였다.

세계 7대 불가사의의 진정한 의미는 시대를 초월하여 실물을 직접 본 사람들은 물론 상상으로 그리는 사람들로 하여금 불가사의를 만든 주인공들에 대한 존경심과 외경심을 저절로 자아내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가사의로 선정된 기념물 하나하나가 인간이 만든 어떤 기념물보다 후대에 본보기가 되었다는 점도 중요하다. 물론 세계 7대 불가사의와 같은 명성을 얻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세계 7대 불가사의’가 더욱 돋보인다.

세계 7대 불가사의

①세미라미스의 공중정원 ②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전 ③올림피아의 제우스 신상 ④할리카르나소스의 마우솔레움 ⑤로도스 섬의 청동 거상 ⑥알렉산드리아의 파로스 등대 ⑦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

참고문헌 :

『신화와 역사로 읽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이종호, 뜨인돌, 2001

『알렉산드리아』, 만드레드 클라우스, 생각의 나무, 2004

『세계의 불가사의 대탐험』, YBM si-sa, 2004

『세계 불가사의 여행』, 이종호, 북카라반, 2008

「올림픽에 관한 통념과 진실」, 윌리엄 에센바거, 리더스다이제스트, 2004년 9월

「에페수스」, Mert Basim Yayin Kurule, Mert Basim Yayincilik Dagttm Reklamcilik Tic. Ltd., 2005

「고대 이집트 파로스 등대 다시 짓는다」, 서정민, 중앙일보, 2006.10.17

「피라미드는 콘크리트 건물?」, 조민근, 중앙일보, 2006.12.2.

「이집트 피라미드, 사실은 콘크리트 덩어리?」, 이서규, 노컷뉴스, 2006.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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