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제품 뿐만 아니라 생산 과정도 중요…비재무적 부문 수치화될 것"
“ESG는 현대 사회에서 필수가 됐지만 정부와 기업 모두에게 낯선 길입니다. 화우는 반 발짝 앞서 정부ㆍ기업ㆍ학계 등을 조율해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하고자 합니다”
박상훈 화우 대표변호사는 10일 이투데이와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ESG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ㆍ사회(Social)ㆍ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한다. '착한 기업' 이란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화한 것이다.
박 변호사는 최근 화우 내에 ESG그룹을 신설했다. 기업에 ESG란 단순히 기업 이미지 제고 문제가 아닌 기업 사활이 걸린 ‘법률 문제’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 이슈의 경우 법령 위반 시 조업정치 처분을 받게 되는데 반도체 산업이나 제련소 같은 경우 공정 특성상 공장이 멈추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 발생한다. 환경법 위반은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형사처벌 가능성으로 이어지고, 온실가스 배출권 등은 전통 제조기업에 비용 문제와 직결된다.
ESG가 세상에 나온 것은 2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 규제와 개념 정립은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정부는 탄소세 도입을 시사했고 전 세계적으로도 새로운 규제와 법령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사회적으로 환경에 대한 가치가 더 커졌기 때문입니다. 기업은 좋든 싫든 살아남기 위해서는 따라갈 수밖에 없죠.”
ESG는 행정적 위험뿐만 아니라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하다고 했다. ESG그룹 소속 신승국 미국 변호사는 30여 년간 SK그룹 법무팀에서 활동했을 당시 SK하이닉스 주요 주주인 미국 투자업체 블랙락이 방문했던 경험담을 소개했다.
블랙락 측은 SK하이닉스를 찾아 IR담당자가 아닌 법무팀을 찾았고, 신 변호사를 만나 가장 먼저 물어본 것이 ESG 관련 내용이었다. 기업의 존속에 ESG가 직접 연관됐다는 판단에서다. 블랙락은 운용자산 8000조 원이 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다.
이제까지 생산성에 주목하던 투자자본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실제 ESG 관련 글로벌 자산 규모는 올해 6월 기준 40조 달러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그린 뉴딜’ 정책을 발표하는 등 각계의 관심이 뜨겁다.
“이제 돈은 ESG로 흐릅니다. 제품 가성비가 좋아 착하면 됐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만드는 과정도 착해야만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하청 업체를 공급망에서 제외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박 변호사는 ESG가 결국 수치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재무제표가 기업의 공식 지표로 자리 잡는데 100년이 걸린 만큼 결국 비재무적 부분도 수치화돼 기업을 나타내는 잣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환경 분야 뿐만 아니라 노동문제와 지배구조 문제 역시 기업으로서 주목해야만 하는 중요한 이슈다.
박 변호사는 ESG를 선도하는 주체로서 ‘법률 전문가’가 가장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에게 정책 입법을 조언하고 기업에게 법률 리스크를 자문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는 아니지만 플레이어들에게 가장 중간자적 입장에서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다는 취지다.
화우는 이를 위해 지속가능발전 전략 전문기관인 에코앤파트너스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법률 전문가와 전략 전문 기관의 협업으로 ESG 분야를 확고하게 선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