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식 농협銀 FX파생사업단장 “코로나 장기화, 글로벌 진출 기본 다져야”

입력 2020-12-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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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장기화에 맞춰 경영진·구성원 해외사업 해법 찾아야
해외 지점 설립 업무만 100여개 현지 중앙은행과 협력 중요
경제 특성 분석·적극 활용 맞춤 금융 서비스 제공 노력해야

▲이우식 NH농협은행 FX파생사업단장. 사진제공 NH농협은행
“어려운 시기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이우식 NH농협은행 FX파생사업단장은 8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은행의 글로벌 진출에 대해 이같이 얘기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글로벌 진출에 주춤한 국내 은행들은 이 시기에 기본을 다져야 한다는 뜻이다.

조직· 경영진·주재원, 글로벌 진출 ‘삼박자’

이 단장은 “새로운 국가에 진출하거나 이미 진출한 국가에 더 큰 투자를 계획하기 위해서는 조직은 그에 적합한 토양을 조성해야 한다”며 “경영진은 글로벌 진출 철학을 갖고 경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당 지역에서 일할 주재원은 올바른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협에 입사한 지 28년. 그는 농촌에 있는 군지부에서 수년 간 근무할 당시 농민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느꼈다. 이 단장에게 농업은 항상 마음속에 있는 것이었으며 자신을 성장하게 하는 디딤돌이었다. 농업에 대한 애정 때문에 베트남 남부 지역 들판을 보고는 쌀 생산량을 떠올리기도 했다.

농협에서 조사연구소 조사역, 외환사업부 팀장, 하노이 지점장을 거친 그는 현재 FX사업단장이다. FX사업단장으로서 외국환을 사고파는 딜링 업무는 물론 딜링룸을 운용하고 있다. 이 단장은 자신의 일에 대해 “기업이 무역을 하면서 발생하는 환위험을 헤지하는 게 주된 업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그는 현지에서 이종 통화 스와프 데스크가 운영된다면 현재 하는 일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 이유에 대해 이 단장은 “베트남 경제가 발전하고 규모도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 기업의 베트남 화폐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노이 지점 인가 설립까지 인고의 시간

기본의 중요성을 아는 그는 2013년 농협은행이 하노이 지점을 인가받는 데 주역으로 활약했다. 이 단장은 지점 인가 전 시장을 조사하고 영업 활동을 위한 기초 자료를 모으기 위해 대표 사무소를 설립했다. 그는 대표 사무소의 업무에 대해 “대부분 지점 인가를 받기 위한 활동”이라며 “인가 당국에 농협을 알리고 농협은행 하노이 지점이 필요한 이유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해외에서 은행 지점을 인가받고 지점을 설립하는 과정이 작은 은행을 세우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지점 영업을 개시하기까지 전산망 설치, 현지 대외무역은행과 외환 이체를 위한 선로 개설, 금고실 설치 등 100여 가지의 업무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은행 지점 인가를 내주는 베트남 중앙은행과의 관계 역시 빠질 수 없는 요소다.

2년 1개월 만에 지점 설립 본인가를 받은 그는 “지점 인가서를 받기 전까지 주말에도 집에서 쉰 기억이 별로 없다”고 했다. ‘개척자’의 역할은 이 단장에게 자부심도 가져다줬지만 스스로를 엄격히 다스리게도 했다. 인가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에 대해 그는 “가족들을 세심하게 돌보지 못한 미안함이 있다”며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아내의 힘이 컸다”고 고백했다.

하노이 특색에 맞춘 지점 관리

이 단장은 하노이 지점의 영업 첫날을 회상하면 ‘긴장’이 떠오른다. 그는 “담담하게 시작했는데 마감한 후 어깨가 상당히 결렸다”며 “긴장된 하루를 보낸 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하노이 지점의 특별한 에피소드로 100억 동(한화 약 5억 원)을 현금으로 인출한 고객을 꼽았다. 이 단장은 “초기에는 베트남 동화가 거의 필요하지 않아 고객을 위해 현지 은행에서 동화를 사 왔다”며 “가져온 동화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은행 직원들과 긴 시간에 걸쳐 액수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며칠 후엔 고객이 자신의 회사 직원 2명을 데려와 돈 세는 일을 반복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베트남의 경제적 특성을 분석하고 이를 은행의 업무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베트남 최대 은행인 농업농촌발전은행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통장이 없어도 돈을 찾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 게 대표적이다. 하노이, 호찌민시 등 대도시에 거주하는 이들의 은행 이용률이 높지만 농촌에 거주하는 이들은 거의 은행을 이용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 단장은 “해외 체류 교민이 가족을 위해 매월 베트남으로 송금하는데 대부분 농촌이라서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고 통장도 없다”며 “이 때문에 통장이 없어도 시골에 있는 가족이 한국에서 송금한 돈을 찾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지점을 운영하며 겪었던 애로사항 중 한 가지는 인력 관리였다. 고학력 현지 직원이 영어까지 유창하면 외국계 은행과 한국계 기업에서 스카우트를 받기 때문이다. 이 단장은 “현지 직원들은 직장 옮기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고 몸값을 불리기도 한다”며 “이런 현상은 현지 진출한 외국계 기업이 똑같이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조직 관리 철학은 ‘불환인지불기지 환부지인야’다. 다른 사람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자신이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하는 것을 걱정하라는 뜻이다. 이 단장은 “한국에 들어와 근무를 하고 있는 지금까지 이 가치를 생각하면서 동료들과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 전문가가 내다본 베트남

이 단장은 국내 은행이 베트남 진출이 활발한 이유로 베트남의 인프라를 지목했다. 그는 “우리 기업들이 중국 다음으로 많이 진출한 곳이 베트남”이라며 “금융은 기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기에 은행들도 베트남을 눈여겨 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베트남의 외국인 투자 우호 정책, 지리적 우수성, 젊은 인구 등을 진출의 이유로 꼽았다. 이 단장은 “이런 나라에 기업들이 진출하지 않으면 어디에 진출할 수 있겠냐”며 “자연스레 우리나라 은행도 베트남을 주목하게 된 것”이라고 통찰했다.

‘베트남 통’인 그는 최근 베트남의 고대부터 현재까지 분석해 이 지역의 경제를 날카롭게 분석한 책 ‘리씽킹 베트남’을 썼다. 이 단장은 우리 은행권이 주목해야 할 베트남 이슈로 내년 초에 있을 새로운 지도부 선출을 꼽았다.

베트남은 5년마다 공산당전당대회를 열고 지도부를 선출하는데 기존 인물이 연임하기도 하고 새로운 인물이 부상하기도 한다. 그는 “과도기에 새로운 인가를 취득하거나 사업을 확장하는 데 좀 더 인내가 필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도부 성향에 따라 정책이 달라질 수 있지만 대개 장기 계획에 의해 정책이 실행돼 외국인 투자자 정책은 급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끝으로 그는 은행권의 글로벌 진출에 ‘입향순속(그 고장에 가서는 그 고장의 풍속을 따른다)’, ‘금란지계(쇠처럼 단단하고 난초의 향기처럼 그윽한 사귐의 의리를 맺는다)‘를 강조했다. 이 단장은 “책 맺음말에서 쓴 글귀”라며 “은행은 기본을 다지는 일에 매진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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