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해자 달래주다 동의 후 성관계?…대법 "신빙성 없다"

입력 2020-12-06 09:00수정 2020-12-0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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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상태로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당시 상황을 일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준강간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A 씨는 2014년 지인 B 씨, 미성년자인 피해자 C 양 등과 술을 마시던 중 화장실에서 피해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C 양은 당시 B 씨에게 한 차례 성폭행을 당한 후였다고 주장했고 A 씨는 이를 알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1,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기억이 정확하지 않은 점 △피해자가 성관계 전에 수차례 “괜찮다”고 말한 점 △서로 호감이 있는 상태에서 연락을 주고 받았다는 점 △A 씨가 성관계 후 피해자를 집에 바래다 준 점 등을 이유로 자발적 성관계라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해자가 당시 고등학생이었고 구토를 할 정도로 상당히 취한 상태였으며 A 씨의 지인으로부터 준강간을 당한 직후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황 일부를 기억 못한다고 해도 진술이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된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C 양이 “괜찮다”라고 말한 것도 상식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형식적인 답변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집에 데려다 주거나 대화를 나눴다는 점도 피해자가 이미 한 차례 성폭행을 당한 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합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화장실에 알몸으로 있는 피해자에게 구조 등을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괜찮은지 물어 본 후 호감이 있다면서 성행위를 해도 되는지 동의를 구했다는 것은 진술 내용 자체로도 모순되고 경험칙상으로도 이례적이라고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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