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과학자 암살 관련 ‘즉각 보복’은 보류…美 관계 의식했나

입력 2020-11-29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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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니 “적절한 시기에 엄중히 대응…시오시스트 음모에 빠지지 않을 것”
차기 바이든 행정부와의 외교적 합의 길 열어둔 듯

▲27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인근 소도시에서 경찰이 아브사르드의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암살된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테헤란/AP연합뉴스
이란이 핵 개발을 주도한 자국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59) 암살과 관련해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면서 복수를 천명했다. 그러나 미국과의 외교적 합의 길을 계속 열어두기 위해 즉각적인 보복을 배제하는 듯한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국영 TV 방송 성명을 통해 이번 파크리자데에 대한 테러 공격이 이스라엘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란은 적절한 시기에 이 범죄에 대해 엄중히 대응할 것”이라면서 보복을 경고했다. 아울러 그러면서도 그는 “이란은 시오니스트들이 꾸민 음모의 덫에 빠지지 않을 정도로 영리하다”며 “그들은 혼란을 조장하려고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손(흔적)을 읽었다. 그들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란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스라엘이 중동 지역의 혼란과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난하고는 있지만, 즉각적인 보복은 선택지에서 제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란의 고위직들은 잇따라 보복을 시사하면서도 시점에 대해서는 ‘적절한 시기’라고 뭉뚱그려 표현했다. 이는 미국의 정권 교체 시기를 맞이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제재와 국제적 고립 시도에서 벗어나 차기 조 바이든 정권에서의 외교적 합의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 기간 이란이 우라늄 활용을 제한하는 등 당시 합의를 준수할 경우 핵 합의에 재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으며, 로하니 대통령도 “양국 관계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국제 사회도 미국과 이란의 협상 여부가 일촉즉발의 위기에 놓인 중동 지역의 갈등상황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의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새로운 미국 행정부 취임이 불과 몇 주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분쟁이 해결될 수 있도록 이란과의 협상 여지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이란의 핵무기 개발 계획 ‘아마드 프로젝트’를 주도한 과학자 파크리자데는 전날 수도 테헤란에서 약 40km 떨어진 소도시 아브사르드에서 테러 공격을 받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그가 탄 자동차는 폭파된 이후 총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암살의 배후로 그동안 핵 합의에 반대해온 이스라엘을 지목하면서 복수를 다짐했고, 이에 따라 중동 지역의 군사적 분쟁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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