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검사들과 잇달아 오찬…법무부, 이번주 대면조사 재차 시도할 듯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서 중심의 수사 구조를 공판 중심으로 개편할 것을 재차 강조했다. 공판중심형 수사구조는 윤 총장이 평소 강조해온 수사시스템 개편 방향 중 하나다.
윤 총장은 23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공판 중심형 수사구조' 오찬 간담회에서 "검사의 배틀필드(전장)는 법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사와 조사는 조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소추와 재판을 위한 증거와 사건 관련 정보를 인식하고 수집하는 것"이라며 “소추와 재판은 공정한 경쟁과 동등한 기회가 보장된 상태에서 당사자의 상호 공방을 통해 진실을 찾아가는 것이므로 수사 역시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으로서 공판중심형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게 업무시스템도 변경돼야 한다”며 조서 작성 중심 수사에서 벗어나 법정에서 어떻게 증거를 효율적으로 현출시킬 수 있을지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을 당부했다.
윤 총장은 검찰 개혁의 비전을 ‘공정한 검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구현하기 위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적극적 우대조치’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공판 중심형 수사구조 개편을 시범 시행 중인 대구ㆍ부산ㆍ광주지검 소속 기획검사 및 제도 담당 검사 6명이 참석했다. 윤 총장은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 박기동 형사정책담당관을 대동했다.
대검은 이날 실무 담당 검사들의 회의 결과를 토대로 일선 검찰청에 `공판 중심형 수사구조' 표준 모델을 제시할 방침이다.
윤석열 검사들과 잇단 스킨십
윤 총장은 8개월 만에 지방 검찰청 순회를 재개해 지난 2월 부산과 광주를 찾은 데 이어 지난달에는 대전고검과 지검을 방문했다. 또 법무연수원을 찾아 신임 부장·차장검사를 대상으로 리더십 강연을 이어갔다.
이번 간담회는 이달 17일 사회적 약자 보호 관련 수사 검사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한 지 1주일 만에 재개하는 윤 총장과 일선 검사들과의 대면 행사다.
법조계에선 법무부의 감찰을 둘러싸고 검찰 안팎에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일선 검사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독이는 등 윤 총장의 내부 결속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추 장관은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대면 감찰을 시도했다. 법무부는 유선에 이어 인편으로 ‘19일 오후 2시’ 대면 조사 일정을 통보하려 했으나 대검이 접수를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조사 예정일까지도 대검이 절차 등을 이유로 거부하자 법무부가 한발 물러서면서 양측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대면조사를 둘러싼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 국면은 계속될 전망이다. 법무부는 윤 총장에 대한 대면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조사 일정을 조만간 재통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이 지적한 사안은 △라임자산운용 사건 수사지휘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옵티머스 사건 무혐의 처분과 언론사 사주 회동 △특활비 임의 사용 등이다.
이 중 대면조사는 ‘언론사 사주 회동’ 의혹 확인이 주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 총장은 국정감사에서 “상대방 입장도 있어 누구를 만났는지 확인해드리기 어렵다”는 취지로 즉답을 피한 바 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특활비 사용도 문제 삼고 있다.
법무부는 21일 “검찰총장이 기준 없이 수시로 집행한 특활비가 올해만 5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검찰총장에게 특활비 사용내역을 점검·보고할 것을 3차례 지시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법무부 알림 직후 추 장관은 “총장의 특활비에 대한 감사는 예산의 지도감독권한을 가진 장관의 정당한 직무수행”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특활비 사용 논란은 법무부로도 번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특활비를 일선 검사들에게 격려금으로 지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격려금을 뿌린 것이 아니라 예산 용도에 맞게 배정·집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