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효선 국제경제부 기자
비참한 현실 속에서 그가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비결은 언젠가는 석방될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한 덕분이라고 한다. 스톡데일 장군은 장기적으로는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으면서도 ‘이번에는’ 나가지 못할 것에 매번 대비했다. 반면 ‘이번 크리스마스엔 나갈 수 있겠지’, ‘추수감사절 전에는 나갈 수 있을 거야’라며 막연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던 사람들은 반복되는 상심을 못 이겨 끝내 숨졌다고 한다.
나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살아남지 못한 축에 끼었을 것이다. 당초 올봄으로 잡았던 결혼식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루면서도 남편에게 “여름에는 끝나겠지”, “9월이면 안전할 거야” 등 막연한 희망을 늘어놨었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식은 올렸지만, 기약 없이 미룬 신혼여행의 미련은 버리지 못하고 있다. ‘내년에는 갈 수 있지 않을까….’
어디 이런 사람이 나 하나뿐일까. 언론에서는 미국 대선 전에는, 올 연말까지는, 그리고 내년 초쯤에는 코로나19 백신이 나올 것이란 기대에 부푼 보도가 연일 쏟아져 나왔다. 증시는 코로나19 백신 관련 소식에 연일 요동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무더기로 쏟아지는 나날들. 이 혹독한 현실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주문을 되뇌어 보자. 반드시 지나갈 것이다. 분명히 끝은 있다. 백신은 나올 것이고, 바이러스는 종식될 거다. 그날은 ‘이번’이 아니라, ‘언젠가’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