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 명목으로 성관계를 요구했다면 '위계에 의한 간음'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 등 간음)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일부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고등군사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고 15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7월 '조건 만남'으로 알게 된 10대 B 양에게 돈을 빌려주고 갚지 않자 이자 명목으로 성관계를 요구했다. A 씨는 B 양의 집 사진을 찍어 메시지로 보내고 반복적으로 전화를 거는 등 압박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군검찰은 A 씨가 '위력'으로 B 양에게 성관계를 강요했다고 보고 아청법상 위계 등 간음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이 혐의는 속임수(위계)를 쓰거나 의사를 제압하는 유·무형의 힘(위력)으로 아동·청소년과 성관계를 맺은 경우에 적용된다.
고등군사법원은 A 씨의 위계 등 간음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변경된 죄명인 강요미수죄를 유죄로 인정했다. 위계 등 간음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것은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를 약속하지 않아 '막연한 생각'에 그쳤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성관계를 결심하게 될 중요한 동기에 대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위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간과 장소를 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범행 계획이 구체적인지, 피고인의 행위가 성관계를 위한 수단이었는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A 씨가 B 양과 '조건 만남'을 한 혐의(아청법상 성매매)에 대해 군사법원의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