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수업에 대학가 원룸 ‘휘청’… 공실 ‘쑥’ 월세 ‘뚝’

입력 2020-11-15 14:40수정 2020-11-1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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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코로나19에 2학기째 비대면 수업
국내 재학생·유학생 발길 모두 끊기면서 원룸시장 '신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학들의 비대면 수업이 잦아지면서 서울 대학가 원룸 임대 시장이 신음하고 있다. 대학들이 2학기 수업도 대부분 온라인으로 진행하자 학생들이 학교 근처에 살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내년까지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계속되면 공실률(빈 원룸 비율) 증가와 월세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비대면 수업 전환으로 대학 주변 원룸 공실 늘어
지난달 원룸 월세, 고려대 5%↓·연세대 2%↓

1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대부분의 대학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대학 주변 원룸 공실이 급격히 늘고 있다. 대학가 원룸 임대시장은 주로 국내 재학생과 중국 등 다른 나라 유학생 수요로 유지됐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계속되자 국내·외 학생 수요가 끊기면서 공실이 늘었고, 이는 원룸 수요 감소로 이어져 월세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려대 인근 성북구 안암동 K공인부동산 관계자는 “학생들이 등교를 하지 않아 빈방이 많고 종암동 법대 후문 쪽에는 한 건물에 방 12개가 다 비어있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대 이공대와 정문 앞 원룸 공실률이 원래 평균 5% 정도였다면 지금은 20%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대학가 원룸 수요의 한 축을 담당했던 중국 등 외국 유학생 수요도 줄었다.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 인근 Y공인 관계자는 “중국 유학생들은 지난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때 한 번 줄었고 이번 코로나19로 완전히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대학들이 2학기째 비대면 강의를 이어가자 대학가 원룸 공실률이 늘고 월세가 하락하고 있다. 한 대학건물 출입문에 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대학가 원룸 공실이 늘자 월세 시세도 ‘뚝뚝’ 떨어졌다. 고려대 이공대학 인근 원룸 시세는 전용면적 30㎡ 이하 기준으로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40만~55만 원 수준이다. 지난해 말 이곳 월세가 50만~60만 원 선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약 5만~10만 원가량 하락한 셈이다.

연세대와 이화여대 학생 수요가 많은 서울지하철 2호선 이대역 인근 원룸 월셋값도 하락세다. 북아현동 O공인 관계자는 “임대차계약 만기 이후 나온 방들은 월세를 5만~10만 원씩 낮춰 부르고 있다”며 “인근 오피스텔은 비싼 곳을 기준으로 월세 90만~100만 원짜리는 월 10만 원 정도 시세가 하락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요 대학가 10곳 중 9곳은 원룸 월세가 전월 대비 하락했다. 전용 33㎡ 이하(보증금 1000만 원) 기준으로 고려대 평균 월세는 전월보다 5% 하락한 40만 원으로 조사됐다. 연세대는 지난달보다 2% 내린 45만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고려대와 연세대 평균 월세는 각각 45만 원과 52만 원이었다.

다방 관계자는 “주요 대학가 원룸 월세는 2학기 온라인 수업 영향으로 4개월 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고려대가 5%로 가장 많이 내렸고 건국대와 경희대, 서울대 등이 3~4% 빠졌다”고 말했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걱정
“내년까지 비대면 수업 진행땐 원룸시장 초토화될 것”

문제는 내년이다. 일반적으로 대학가 원룸은 학기 시작 전인 12월 말과 1월 계약이 이뤄진다. 올해 대학들은 코로나19가 전국 단위로 확산한 4월 이후 비대면 수업을 결정했다. 올해 초 계약한 원룸들은 연말까지 월세를 받을 수 있지만 내년까지 비대면 수업이 이뤄지면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안암동 한 공인중개사는 “올해도 방을 구해놓고 실제로는 한두 달만 살다 나간 곳이 꽤 된다”며 “내년에도 비대면 수업을 하면 공실률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임지혜 부동산114 연구원은 “코로나19 상황이 계속되면 공급 과잉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대학가 원룸과 소형 오피스텔 시장이 초토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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