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추구]②집값 띄우기 광풍, 아파트 커뮤니티 “○억 이하로 내놓지 마세요”

입력 2020-11-12 13:58수정 2020-11-12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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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투데이DB

최근 회사 발령으로 연말께 전주에서 서울로 이사 올 예정인 김아무(41)개씨는 근무지가 가까운 서울 잠실 일대에서 아파트 매물을 찾아 나섰으나 좀처럼 계약을 못하고 있다. 중개업소에서 추천한 매물에 대해 몇차례 계약 의사를 밝혔지만 그때마다 집주인이 갑자기 매매가격을 5000만~1억원씩 올린 탓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며칠 전에도 중개업소에서 15억원에 매입 가능한 매물이 있었는데, 집주인이 갑자기 16억원을 불러 거래가 어렵게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요즘 서울 집값이 ‘부르는 게 값’이라지만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이 실제로 팔 의사가 있는 것인지 의심이 간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직장인 이아무개씨(38)는 “집주인만 가입할 수 있다는 커뮤니티에 들어갔다가 할말을 일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커뮤니티 운영진이 ‘호가 높이기’를 공공연하게 부추기고, 공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파트를 산 지 얼마 안 된 분이 1억 원 정도 높여 포털에 올렸더라. 아무리 집주인이지만, 다 같이 사는 세상에 도가 지나친것 같다. 부동산 경제가 무너지면 고스란히 부메랑이 돼 돌아 올텐데….”라며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세태를 걱정했다.

12일 부동산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에 매물이 부족해진 가운데 집주인들의 이른바 ‘배짱 호가’, ‘매도가 짬짜미(담합)’ 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 집값이 불안해진 시장 분위기를 이용해 아파트값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집주인들의 탐욕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기존 카페에서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로 옮겨가고 있다. 대형 부동산 플랫폼 일색이던 온라인 중개매물도 중고거래 사이트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번지고 있다.

투기과열지구인 대구 수성구 황금동 한 아파트 단지엔 최근 입주자대표회 명의로 붉은색 바탕의 현수막이 등장했다. ‘아파트 가치 정상화 캠페인’이라면서 허위매물, 저가매매 유도, 가두리 영업을 퇴출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입주자대표회 명의로 걸린 이 현수막에는 부동산광고시장감시센터 전화번호까지 적혔다. 또 다른 아파트 단지에는 ‘우리 가치를 폄하 하는 부동산을 이용하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현수막 10여 개가 걸렸는데, 집주인 인증 거부·허위매물 등록·거래완료 미표시 부동산 퇴출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감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21일부터 8월26일까지 6개월 간 부동산거래질서교란행위 신고센터에 접수된 불법행위 신고는 모두 1374건으로 이중 ‘집값 담합’ 행위가 828건으로 전체의 60.3%를 차지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통상 아파트부녀회나 지역공인중개사 모임에서 특정 가격 이상으로 낮추지 말자는 행위가 담합행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했다. 그 외엔 거래신고법 위반 172건, 주택법 위반 19건, 기타법령 등 위반행위 89건을 기록했다. 지난날 집값 상승기에 부녀회를 중심으로 담합 행위가 벌어졌다면 지금은 지역·아파트 인터넷 커뮤니티, SNS를 통해 좀 더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집을 싸게 파는 이나 중개하는 업소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주민끼리 공유하고, 시세로 매물을 올리면 ‘허위 매물’로 신고하거나 구청에 민원을 넣는 등 중개업소들을 압박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불법행위 주체로는 ‘개업한 공인중개사’가 1위인 461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의 33.6% 수준이다. 이어 개인(445건)이 2위, 아파트부녀회, 입주민협의회 등 단체행위(321건)가 3위를 차지했다.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SNS를 통한 불법행위도 147건 접수됐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가 조사권은 가지고 있지만 온라인 카페나 모바일 메신저에는 실입주 인증받은 사람들만 들어오게 하는 경우가 많아서 사실상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담합은 서울 강남권이나 목동 등 집값이 높은 지역들 뿐만 아니라 서울 외곽, 수도권 단지들까지 전방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만약 급한 사정으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을 경우 ‘허위 매물’로 신고해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허위매물로 신고 당하면 온라인 매물에서 없어지고 해당 매물을 등록한 중개업소의 매물 등록도 중단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이런 현상은 주로 집값 상승기에 자주 일어나는데 제도와 규제 만으로는 근절 시키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그럼에도 시장에서 자정작용을 거쳐야 하고 지자체 등이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주는 방안 등을 확대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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